| [문학마당]토란잎 우산과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영결식 / 수필 - 황일봉 |
| 2023년 08월 07일(월) 19: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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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늘 머리에 이고 다니던 어린 시절 비 오면 우산이 없어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에게 어머니는 토란잎을 따다 머리에 씌워 주었습니다. 특히나 비 오는 날 학교에 가야 할 때는 더욱 그랬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언제나 현명한 대처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우산 대신 커다란 토란잎을 뜯어내어 우산으로 사용했습니다. 토란잎은 비를 막아주는 데 충분하였고, 우산이 없어 온몸이 비에 젖어 감기들면 어쩌나 하는 짠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어머님에게 다소나마 위로해 줄 수 있었습니다. 요즘엔 우산이 어디나 있어서 토란잎을 쓰는 일은 드물어졌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추억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우산뿐만이 아니라 온갖 물품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해병대 수색대에 구명조끼 하나만 주었더라면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는데 근본 대책 하나도 세우지 못하고 여·야 모두 남의 탓만 하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은 누구에게 의지해야 합니까?
내년 4월이 국회의원 선거이기도 하니 정치권을 향해 외쳐 보고 싶습니다.
“정치는 사회문제 해결입니다. 이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잘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아울러 사회문제 해결을 잘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자진사퇴 해야 합니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 정치 지망생이라면 토란잎 우산을 한번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렇게 하면 지난날 어머니의 지혜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고도화된 기술과 넓은 정보망을 통해 언제나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과 정보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극심한 비가 내리는 날 등 재난이 발생할 때는 기술과 정보망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긴급한 재난이 발생한 현장을 지휘하는 지휘관의 현실 대처 능력과 마음가짐이 어떠한가에 따라 인명 피해 발생을 없앨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 가난을 탓하지 않고 어머님처럼 짠한 마음으로 없는 우산 대신 토란잎으로라도 온몸이 젖는 것을 막아주는 것처럼 급류의 물살에 휩쓸리더라도 빠져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의겸 국회의원은 실언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으며,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으로 국민들을 분노케 하였습니다.
이번 폭우로 인한 피해는 누구에게나 예측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통해 더욱더 앞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토대로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공직자들과 봉사자들을 더욱 존경하고 지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부터라도 더욱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전의 재난 상황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중대 재해 처벌법이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한 대비와 대처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공직자들은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토란대 하나 뚝 떼어 토란잎 우산을 만들어 형제의 머리에 씌우고 학교를 보냈던 어머니!!! 형제가 비 맞을까 봐 토란 우산을 서로 밀어주며 학교에 도착하면 서로 환하게 웃어주던 시절이 갑자기 내 마음속에 떠 오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이번 집중호우로 47명이 사망했으며 해병대 최상병의 영결식에 최상병의 모친께서 실신했다는 뉴스를 접하자니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황일봉 약력>
▲현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
▲전 광주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