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질환 사망’ 장소·증상 같아도 의사 진단 ‘제각각’ 광주·충남서 쓰러진 채 발견 60·70대 사인미상·열사병 판정 갈려 발견 당시 체온 등 유사…사인 따라 재해구호금 수령 여부 달라져 오복 기자

2023년 08월 07일(월) 20:40

이미지=아이클릭아트

광주에서 첫 온열질환 사망자로 분류됐던 60대가 의사의 ‘사인 미상’ 진단에 따라 일반 사망자로 처리됐다. 반면 하루 차이로 타지역에서 유사 증상을 보이며 숨진 70대는 열사병 사망자로 분류돼 판정 기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질병관리청과 광주시, 광주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열사병은 과도한 고온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거나, 더운 상태에서 육체노동이나 운동을 지속할 때 시상 하부에 위치한 인체의 체온 유지 중추 기능을 잃게 되면서 진행된다. 일반적인 열사병의 증상은 40도 이상의 고열, 의식장애, 덥고 건조한 피부 등으로 나타나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이 특징이다.

광주에서는 지난 2일 동구 소태동에 거주하는 A(67·여)씨가 전날 오후 3시37분께 거리에서 폐지를 수집하고 귀가한 뒤 집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소방당국은 당시 A씨의 체온이 41.5도인 점 등을 고려해 온열질환으로 분류하고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의료진은 A씨를 ‘사인 미상의 사망’으로 판정했다.

의료진의 판단 근거는 A씨가 마당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돼 기타 질환으로 인해 심정지가 온 것인지, 온열질환으로 심정지가 발생한 것인지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또 심정지 후 마당에 쓰러져 방치된 시간에 체온이 올라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온열질환 사망 등록을 위해서는 부검을 통해 사인을 명확히 밝혀야 했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A씨의 장례절차가 진행됐다.

이에 따라 A씨의 가족들은 온열질환 사망자에게 지급되는 광주시의 재해구호금을 수령할 수 없다.

광주시는 온열질환 사망자에 대해 재해복구 지침에 따라 사망구호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시민안전보험의 성격으로 지자체에 주소를 둔 개인이 별도의 절차 없이 피보험자로 보험에 일괄 가입되며, 재해구호기금으로 장례비를 지원하고 경우에 따라 재난관리기금을 통해 사망구호금 등 최대 1천만원까지 지급한다.

온열질환 사망자의 분류 기준은 ‘의사의 사망 진단사유’가 절대적이다.

같은 날 영암군 삼호읍 한 도로에서 쓰러진 몽골인 B(53)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의료진은 B씨가 탈진 증상이 있었고 체온이 42도로 측정된 점 등으로 미뤄 사망 원인을 ‘열사병’으로 판단했다.

지난 3일 오후 1시2분께 충남 아신시 탕정면 자신의 집 앞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70대 C씨도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지만, 열사병으로 인한 심정지 판정을 받아 온열질환 사망자로 분류됐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온열질환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진단이 나와야 장례 및 사망구호금 등을 지원할 수 있지만, 앞선 사망자의 가족들이 부검을 거부해 사인 미상으로 구호기금은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