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고 말라 죽고…논 보면 속이 타들어갑니다” ●곡성군 곡성읍 장선리 벼 재배농가 가보니 잇따른 폭우·폭염에 1만㎡ 벼 녹아내려 수확량 1t 미만 전망 품질 저하 우려·인력난도…道, 피해 농가에 농약·대파대 지원 주성학 기자

2023년 08월 08일(화) 20:30

8일 오전 9시께 곡성군 곡성읍 장선리 소재 한 논에서 신동춘씨가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인해 죽어버린 벼에 대해 설명하고 갈라진 땅을 살피고 있다.

“쩍쩍 갈라진 땅과 다 죽어버린 벼를 보고 있으면 그저 착잡합니다. 물난리에 폭염까지 이어져 속수무책으로….”

곡성군 곡성읍 장선리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신동춘(61)씨는 8일 오전 9시께 갈라진 논과 말라가는 벼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25년째 1만2천㎡(3천630평) 규모의 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신씨는 “자식같은 벼를 자연재해 앞에서 지켜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집중호우 등 장마가 한달여간 이어진 데다 곧바로 폭염이 지속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말끝을 흐리며 또다시 깊은 숨을 내뱉었다.

벼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의 물 관리’다. 그래서 보통 4월부터 추수시기인 11월까지 논에 물을 넣고 빼며 벼를 관리하느라 바쁘지만, 신씨의 논 절반은 현재 땅이 갈라진 채 훤히 드러나 있었다. 또 나머지 절반 정도는 물이 차 있었고 곳곳에 죽은 벼가 보일 뿐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달 이곳은 벼가 40㎝ 이상 자라나 논 전체가 초록빛으로 물들어야 했다. 하지만 긴 장마에 벼들이 가라앉고 꺾였다.

신씨는 장마가 끝나갈 무렵 벼들을 말리려 물을 뺐으나, 곧바로 매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벼들은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죽거나 말라 비틀어졌다.

신씨는 “바싹 마른 땅에 물을 채워놔야 그나마 뿌리를 내린 벼가 살아날텐데 이마저도 희망에 기대야 할 상황”이라고 갈라진 땅을 연신 손으로 매만졌다.

신씨는 평균 한 해 약 7t가량의 벼를 생산해왔으나, 이대로 가면 올해 수확량은 1t이라도 가능할지 미지수다.

신씨는 “대부분 논 한 마지기(661㎡·200평)에서 쌀 450㎏가량을 수확하고, 상품성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데, 벼들이 다 녹거나 죽어있는 상황이면 수확을 한 쌀도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특히 요즘 날이 너무 뜨거워 벼를 살리려고 새벽같이 나와 일을 하고 있지만, 오전 9시만 돼도 숨쉬기가 힘들다. 일하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혼자서 하고 있다”고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신씨는 얼굴부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아직 쓰러지지 않는 벼를 다시 고정하고 죽은 벼를 뽑아내는데 여념이 없었다.

신씨는 벼농가들의 재해보험이 확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올해 섬진강 댐 방류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복구를 위한 곡성군이나 전남도의 지원은 감감무소식이다. 여기에 쌀값은 하락하는 가운데 농자재 가격과 인건비는 날이 갈수록 상승해 농가는 계속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농작물 재해보험을 통해 지원을 받으려고 해도 피해 규모의 40-45%의 금액만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어 택도 없다”고 현장 상황에 맞는 보험제도와 빠른 지원의 절실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호우 피해 농가를 방문, 정밀조사를 추진하고 행정안전부에 피해면적 복구 계획서를 올려 지원을 요청한 상태”라며 “우선 피해 농가별로 접수를 받아 농약대와 대파대 지원을 하고 있으며 빠른 피해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