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선 ‘특별한 당신’展…14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 “문화예술이 주는 행복, 삶의 활력 느껴요” 남구장애인복지관 ‘작가 되기’ 프로젝트 일상 속 소중한 존재들 그림으로 나타내 최명진 기자

2023년 08월 09일(수) 19:33

오는 14일까지 갤러리생각상자에서 열리는 ‘특별한 당신’ 전시 전경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박희선 작가.

“모든 것들은 각자의 꿈이 있고 특별한 존재잖아요. 일상 속 아름다움, 그리고 개개인의 멋있는 모습을 그림에 담고 싶어요.”

갤러리생각상자에서 진행 중인 ‘특별한 당신’ 초대전의 주인공 박희선 씨를 지난 7일 만났다.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미술창작단 수업을 듣고 있다는 박 씨는 이날도 수업을 받고 전시장에 방문했다.

이번 전시는 3년째 남구장애인복지관 ‘미술작가 되기 프로젝트’에서 주홍 갤러리생각상자 관장과 함께 해오고 있는 박 씨의 데뷔전이기도 하다.

조울증이라는 신경증적 장애를 지닌 박 씨는 잦은 감정기복 탓에 한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장래희망이 만화가였던 그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그리는 데 소질을 보였다.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박 씨 삶의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여성정신장애인시설 소화누리에서 아르브뤼 작가로 활동, 여러 차례 단체전을 가진 만큼 이번 개인전을 통해 한 명의 어엿한 작가로 거듭난다는 각오다.

“처음에는 제 병에 대해 인정을 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내가 이런 상태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든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그런 와중에도 그림은 제 삶에서 필수 요소였습니다. 도화지를 펴놓고 무엇이든 그릴 땐 행복하고, 또 완성된 작품들을 보면 성취감이나 자신감도 생기니까요.”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수많은 도화지 그림들이 붙어있다. 물감을 흩뿌리며 완성한 꽃, 나무, 나비, 사람의 얼굴 등 다양한 형상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 맞은편에는 기하학적인 모양을 한 연두빛 나뭇잎, 일정한 패턴을 지닌 붉은 단풍잎,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장미꽃을 정교하게 표현해낸 캔버스 등이 내걸려 있다.

박 씨의 활동은 그림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그는 남구장애인문화예술단 소속 문학반에서 글을 쓰고 앙상블에서 연주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수업을 통해 문화예술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문학반 지도를 맡은 임성규 작가와의 시화전도 전시장 한쪽에 조그맣게 마련됐다. ‘그림과 동시의 달콤한 만남’을 주제로 임 작가가 쓴 동시에 맞는 그림을 박 씨가 그려낸 것이다. 시 내용을 오롯이 담아내면서도 정감 어린 그림체가 돋보인다.

이처럼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오고 있기에 박 씨의 꿈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꾸준히 그려오던 제 그림을 이렇게 전시로 만날 수 있게 되니 정말 기쁘고 가슴 뜁니다. 저는 여전히 그림 그리는 게 재밌고 행복해요.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전시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