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마다 지주대 세우고 수로·전선 점검 등 ‘동분서주’ ●태풍 ‘카눈’ 대비 곡성 사과농가·광주 축산농가 가보니 폭우·폭염 이어 태풍까지…“지칠대로 지쳤다” 긴한숨 병충해·사룟값도 부담…“큰 피해 없길” 기도하는 마음 주성학·안태호 기자

2023년 08월 09일(수) 19:58

9일 오전 9시께 곡성군 고달면 소재 한 사과농가에서 임호성씨가 북상하는 제6호 태풍 ‘카눈’에 대비해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설치하고 있다.(왼쪽) 같은 날 광주 북구 충효동의 한 축산농가에서도 김달호씨가 태풍에 대비해 사료를 농가 안으로 옮기고 있다./주성학·안태호 기자

“이렇게 나무에 쇠막대를 단단히 고정해야 혀. 그래야 그나마 바람에 덜 흔들려 사과가 덜 떨어지니께.”

9일 오전 9시께 곡성군 고달면 인근 사과농가.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고 이내 소나기가 내렸다.

농장주인 임호성(62)씨는 9천917㎡(3천평) 규모 농장의 사과나무들이 쓰러지지 않게 일일이 나무 기둥에 지지대를 설치하느라 분주했다.

임씨는 쇠로 된 막대를 철사를 이용해 나무 옆에 단단히 묶어 고정하고 줄기가 길게 뻗은 나뭇가지 밑에도 추가로 지지대를 세운 뒤 흔들림이 없는지 재차 확인하고 다음 나무로 이동했다.

임씨는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태풍 피해를 우려하며 걱정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임씨는 “부사(사과)는 두해살이식물로 2-3년 정도 지나야 온전히 수확을 할 수 있는데 올해 냉해와 폭우, 폭염까지 겹쳐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때도 나무가 뽑히고 사과가 다 떨어져 큰 피해를 입었는데 태풍이 온다고 하니 나무가 쓰러질까 봐 가슴을 졸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이상기온 때문에 사과나무의 과실 수가 적거나 덜 여물고, 연이은 폭우로 농약처리를 제때 못해 병충해 피해까지 겹쳤다”고 무거운 마음을 토로했다. 특히 부사(사과)의 경우 일교차가 큰 고지대에서 농사를 해 기온의 영향이 적지만, 올해는 폭염이 기승을 부려 30도 이상의 기온이 지속돼 생육마저 늦춰졌다. 임씨는 “30년 동안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 기대 출하량이 사상 최저”라고 말끝을 흐렸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광주 북구 충효동의 축산농가도 ‘카눈’ 대비에 움직임이 빨라졌다.

35년째 소를 키우고 있는 김달호(59)씨는 현재 이곳과 아래 농가에서 1천652㎡(500평) 규모 95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김씨는 전기 누전 사고 등의 예방을 위해 전선을 정리한 뒤 사료를 농가 안으로 옮겼고, 관할 지자체인 북구청의 태풍 사전대비 매뉴얼 지침에 따라 안전점검도 진행했다.

이후 범람에 대비해 배수로를 살핀 뒤 천장에 달린 선풍기가 떨어지지 않게 다시 한번 단단히 고정했다.

김씨는 오래전 태풍으로 한 차례 축사 지붕이 날아가고 선풍기가 떨어지는 등 큰 피해를 본 적이 있어 더욱 꼼꼼하게 점검했다.

김씨는 “지난달 폭우가 이어져 축사에 물이 들어차 발목 정도 잠겼다”며 “물을 퍼내고 정리하는 데만 수일이 걸렸다”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어 “축사 근처 배수로를 정비했지만 많은 양의 비를 막는 조절장치가 없어 돌로 막아놔도 떠내려 가기 일쑤로, 비가 그대로 축사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또 “자연재해는 하늘의 뜻이라 어쩔 수 없다지만 사실 매일 2번씩 주는 사룟값에 대한 부담이 제일 크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광주시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전남과 달리 이곳은 도시농촌이라 지원이 미비하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막막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주성학·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