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정상인가요? 주홍 |
| 2023년 08월 10일(목)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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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상인가요?”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정상’이라는 인간의 평균치를 정해놓고 그보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혹은 일반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우면 ‘비정상’이라고 그들에게 선을 긋고 있는 건 아닐까?
신경다양성을 지닌 사람들이 천재였다는 사실은 우리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데,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가로수에서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주워들고 그냥 바라봤다. 그 나뭇잎은 자세히 보니 구멍이 있었고 특이한 얼룩과 무늬가 있었다. 아마 벌레가 먹고 지나갔나 본다. 애벌레가 잠시 그 잎을 집으로 삼고 살다가 떠났을지도 모른다. 나뭇잎을 자세히 보면 나무 한 그루가 들어있다. 나비도 자세히 보면 애벌레도 있고, 날개에는 나뭇잎처럼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자세히 보면.
몇 년 째인지 헤아려보지 않았지만, 장애인들과 그림 작업을 하며 한 분 한 분 자세히 보고 있다. 정말 삶의 특별한 무늬가 있다. 각자 다른 무늬를 갖고 있다. 어떤 분은 정말 달팽이처럼 느리다. 어떤 분은 너무 빠르다. 어떤 분은 한 손만 쓰고, 어떤 분은 다리가 바퀴이다. 어떤 분은 눈과 손으로 말한다. 어떤 분은 내가 보지 못한 허공에서 뭔가가 보인다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너무 특별해서 다 언급할 수가 없을 만큼 각각 다른 세상을 표현한다. 필자는 그냥 자세히 보고, 듣고, 신기해서 감탄했고, 그렇게 만나면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어떤 분은 시인이 되고 어떤 분은 화가가 되고…. 특별한 당신들이 존재의 빛을 드러낸다. 이 세상 만물이 존재 자체로 특별한 당신이다.
장애가 있어도…. 벌레가 잎을 갉아 먹어서 구멍이 있어도…. 숲속 작은 딱정벌레, 지렁이, 무당벌레, 하루살이…. 그 모든 존재가 특별하다.
그동안 광주시 남구장애인복지관에서 조울증을 극복하며 박희선 작가가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존재들…. 그 그림들을 모아 전시한다. 특별한 눈으로 보면 모든 존재가 축복의 빛을 발산한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 빛나듯이 여러분이 찾아오셔서 보시면 작가는 빛이 난다. 밤하늘의 별처럼!
박희선 작가의 첫 전시를 준비하며, 이렇게 초대의 글을 쓰고 오픈했다. 무더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축하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들, 악기를 들고 온 사람들, 꽃을 들고 온 사람들, 떡을 들고 온 사람들….
남구장애인복지관 조용호 관장님과 장애인들의 곁을 지키는 천사 같은 사회복지사들, 음악 칸타빌레 앙상블을 지도하는 주국전 선생님, 문학창작을 지도하는 임성규 선생님, 오영순 남구 의원님, 광주문화재단 황풍년 대표님의 모습도 보였다. 광주라는 도시에서 장애인 공동체의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이 오픈 장면은 촬영됐고, 영화로 제작된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지닌 사람들은 뇌신경의 차이로 인해 다름의 특성을 지닌 자폐, 지적 스팩트럼, 조현 스팩트럼, 성격장애 등을 인간의 다양성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용어다. 망상이나 조울 증상 등을 동반하기도 하고, 환시나 환청으로 불안과 공포의 감정에 빠지기도 해서 정신과 약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정신 장애인들이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아 독립영화로 제작하기로 하고, 허락한 분들을 촬영하게 됐다. 인권 애니메이션으로 꾸준히 영상작업을 해 온 아티스트 전승일 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 제목은 ‘밤하늘의 별만큼’이다. 이 영화가 완성되고 장애인 공동체가 밤하늘의 별만큼 반짝이길 바란다. 인권도시 광주에서라도 말이다. 나는 정상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창작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