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숨, 쉼’…공간·기억을 스케치하다 서동환 개인전 ‘나의 쉼표’…20일까지 오월미술관 일상·여행· 풍경 등 ‘어반스케치’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08월 13일(일) 19:13

2009년 창간 준비호 11월호 발간을 시작으로 14년 동안 쉬지 않고 ‘광주아트가이드’를 제작·배포하며 광주 지역의 문화예술 소식을 전하고 있는 서동환(사진) 작가가 첫번째 개인전을 마련했다.

오는 20일까지 오월미술관에서 열리는 서동환 작가 초대 개인전 ‘나의 쉼표’다.

이번 전시에는 도시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풍경들을 펜화로 담아낸 이른바 ‘어반스케치’ 작품들을 선보인다.

어반스케치는 도시나 일상 풍경을 그린 스케치로, 어느 장소에서나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즉석에서 표현한 회화를 의미한다.

작가는 “의욕저하에 무기력을 견디려 몸부림칠 때 만난 것이 펜화였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은 재료에 눈길이 갔고, 대학 졸업 후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고 밝혔다.

선배인 이상호 작가가 선물한 성경책도 펜화 작업을 시작한 또다른 계기가 됐다. 성경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오른쪽 한 면이 정교한 펜화로 그려져 있던 것.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펜화의 정교함만으로 모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성경책 속 펜화를 들여다보며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조금씩 밖으로 화구를 들고 나가기 시작했고, 구동체육관 근처에서 펜화를 그리면서 대학 시절 미술운동을 하며 걸개그림 작업을 했던 기억도 되살아났다”고 설명했다.

‘구동체육관 옛터’

그의 그림은 정교하고 군더더기 없다. 적당히 주변의 것들을 털어낸 담백함이 돋보인다. 화지가 갖는 본래의 빛과 블랙 잉크의 조합은 묘한 안정감과 조형미를 드러낸다.

‘일상’을 주제로 한 그림들에서는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작가가 일하며 날마다 부대끼는 인쇄 골목의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30년 가까이 이곳을 드나들던 애환과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남동 골목의 인쇄소 첫 자리가 고스란히 작품 속에 나타난다.

‘여행’에서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긴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그 장소와 기억을 담아냈다. ‘광산구 풍경’으로는 도시 속 재발견되는 농촌의 이미지를 찾아 용아 박용철 생가와 동학군 전투가 있었던 용진산, 송산유원지 등을 그렸다. 국군통합병원을 비롯해 광주역, 들불야학 옛터, 구도청에서 바라본 전일빌딩 등 ‘오월’이야기도 함께 다뤘으며 한센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던 애양원, 멸종위기 동물도 그의 그림 주제다.

‘전일빌딩245에서 바라본 5·18민주광장’

범현이 오월미술관장은 “어반스케치는 작지만 섬세한 펜으로 그려진 그림 한 점이 주는 안식과 휴식을 의미한다”며 “그의 그림은 복잡한 도시의 정치·경제를 떠나 안식을 주고 있으며 더 나아가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깨닫고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송정 5일장’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