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전기 등 화재 곳곳…대피로·시설 ‘무방비’ 소화전 바로 옆 차량 주차…계단·비상구 등 불법 적치도 초기진압 난관…市소방본부, 1-7월 법령 위반 45건 적발 안태호 기자

2023년 08월 13일(일) 20:19

여름철 긴 장마와 잇따른 폭염에 냉방용품 등 전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관련 화재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과 대형상가의 경우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진압 및 대피 등이 더욱 중요하지만, 소화전 바로 옆에 차량이 주차돼 있거나 비상구 등의 불법 적치로 신속 대응이 불가능해 관리·점검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광주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광산구의 한 6층 건물 3층에서 벽걸이 선풍기가 발화해 한 층이 전소되고 일부 층도 그을림이 발생해 소방 추산 1억원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전 9시께도 서구 쌍촌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설비가 발화해 충전기계를 모두 태우고 근처 차량 50여대도 그을음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광주 곳곳에서 냉방용품 사용 등 전기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나 화재 시설 정비 및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소태동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이곳은 2003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소화전 바로 옆에 주차선이 그려져 있어 차선 가까이 주차할 경우 소화전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옥내 소화전은 5m 이내에 물건을 쌓거나 주차를 하지 못하는 옥외 소화전과 달리 소화전 문을 여닫을 때만 지장이 없으면 주차를 해도 상관 없다.

비슷한 시각 서구 쌍촌동의 한 아파트. 이곳은 닫혀있어야 할 방화문들이 층마다 열려 있었고, 일부 계단에는 적치물도 나와 있었다.

‘소방시설법’에 의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 계단, 복도, 비상구 등 피난시설을 폐쇄·훼손하거나 그 주위에 물건이나 장애물을 쌓아선 안 된다. 또한 피난·소방 활동에 지장을 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시정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책임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의 벌금이 매겨진다.

여기에 1천400세대가 사는 대형 단지임에도 옥상 자동개폐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고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었다.

‘자동개폐장치’는 평상시에는 출입문이 닫혀있게 해 방범 역할을 하고, 화재 발생 시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과 연동해 자동으로 문이 개방되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2016년 2월 이후 건설된 공동주택 옥상 출입문에는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지만, 기존 공동주택은 의무가 아니어서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이 자율 설치해야 한다.

주민 김모(31)씨는 “집이 평수가 좁고 복도가 길게 돼 있어 계단이나 복도에 사람들이 물건을 자주 쌓아둔다”며 “고층에 살고 있어 중간 지점에 불이 나면 옥상으로 가야 하는데 옥상 문도 잠겨있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은선 동신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피난·소방시설에 ‘지장’이라는 문구는 피난시설 폭 1.2m 내에서 지장을 주지 않으면 물건을 둬도 상관없다는 뜻”이라며 “자동개폐장치도 2016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주민 자율이라서 설치를 강제하기엔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소방본부 관계자는 “자동개폐장치는 지난해 시민참여예산을 확보해 광주내 1천곳에 설치했다”며 “시민참여예산을 매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광주시 소방본부는 올해 1-7월 소방관계법령 위반 대상자 45건을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적발된 18건보다 2.5배 증가한 수치이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