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험한 길, 극한 날씨에도 기다리는 마음 생각해 달립니다” ●폭염 속 고군분투 현장 사람들 <2>우편집배원 주성학 기자 |
| 2023년 08월 16일(수) 2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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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찜통이어도 어쩌겠습니까. 우편물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오늘도 부단하게 움직여야죠.”
지난 14일 오전 9시께 전남 한 시골 마을. 체감온도 33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 머리에는 헬멧을, 목과 팔에는 각각 토시를 하고 조끼를 입은 채 손에는 PDA기계와 우편물을 든 정상현(가명·52) 우편집배원이 오르막길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정씨는 평소 해당 마을 인근 32㎢ 부근을 책임지고 있어 평균 400-500개의 우편물을 배달한다. 때문에 매일 오전 8시께 출근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우편물을 분류한다.
이날도 정씨는 같은 시간에 우편물 분류 작업을 해 배달해야 할 물량 우편물 300여개와 택배 20여개를 확인했다. 이후 정씨는 서둘러 해당 우편물 등을 오토바이 적재함에 담고 마을로 이동, 입구에 오토바이를 세워둔 채 우편물 한 뭉치를 들고 배달지를 찾아나섰다.
마치 머릿속에 내비게이션이 있는 듯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집 주소를 확인하고 우편물을 건넨 뒤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정씨는 배송 시작 8분 만에 10여채가 넘는 집에 우편물 배달을 마쳤다.
다음 배달은 등기우편물이었다.
정씨는 “등기우편은 본인이 직접 수령해야 해 집주인이 있는지 확인 후 우편물을 전달하지만, 수령자가 집에 없는 경우가 많아 메모를 남기고 다시 오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하며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러면서 “시골은 도심과 다르게 마을 간 거리가 상당해 다음 배송지로 이동하는데 20-30분이 소요된다”며 “특히 요즘처럼 폭염 특보가 발효될 때는 그나마 더위가 덜한 오전에 최대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씨 말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30분가량 달리자 다음 배달 장소인 한 사찰에 도착했다. 해당 사찰은 한눈에도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 한참 위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씨는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다시 한 번 빠른 걸음으로 사찰을 향해 움직였다.
정씨는 “이 정도 경사는 양반에 속한다”며 “이보다 더 급한 경사도 있고, 도로 포장이 잘 안된 곳도 있어 그럴 때는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걸어서 이동하는데, 등산하는 기분”이라고 거친 숨을 골랐다.
이어 “논길이나 좁은 흙길, 산길을 걷는 경우가 많아 미끄럼 방지를 위해 등산화를 주로 착용한다”고 말하며 본인의 신발을 가리켰다.
정씨는 또 “우편 배달 일과의 절반 이상은 이동에 소요되는데, 착용하는 헬멧 무게가 5㎏에 달해 목과 어깨에 담이 온다”며 “허리에도 부담이 가 하루 업무가 끝나면 물리치료나 침을 맞는 게 일상”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곤 “정해진 시간 내에 배달을 해야 해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데, 시골은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어 점심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또는 빵과 우유로 때우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편집배원은 점점 줄고, 업무 강도는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사찰에서 내려온 정씨는 “다음 배송지도 20분가량 달려야 한다”며 또다시 오토바이에 몸을 실었다.
출발하는가 싶었던 정씨는 “우편집배원 업무는 그대로인데 우체국 인원은 점점 감축되고 있다. 특히 몇몇 농어촌의 경우 우체국 내 택배요원이 따로 없어 우편집배원이 택배 배송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며 “근무환경 개선과 인력 보충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이내 시동을 걸었다.
/주성학 기자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