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평 알루미늄 공장 화재 보름째…유독가스·더위 ‘2중고’ ●폭염 속 고군분투 현장 사람들<3>소방관 주성학 기자 |
| 2023년 08월 20일(일) 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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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만 지나도 온몸이 땀으로 젖고 숨이 막혀 오지만,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에 불 속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20일 오전 10시30분께 함평 대동면 한 알루미늄 공장 화재 현장. 보름째 이어진 불길을 잡기 위해 9대의 소방차와 36명의 소방관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함평의 최고기온은 33도로 예보됐고 오전부터 이미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 시멘트 바닥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소방관들은 특수방화복, 안전화, 헬멧, 공기호흡기 등으로 완전 무장한 채 현장에 투입되고 있었다. 이들이 갖춰입은 장비들의 무게는 약 25㎏에 달했다.
2인1조로 구성된 화재 진압 요원들은 9㎏의 압력으로 뿜어져 나오는 수압을 버티기 위해 상체와 하체를 단단히 고정한 후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알루미늄 슬러지(Sludge)를 향해 물을 분사했다.
알루미늄 특성상 물이 닿을 경우 발열반응으로 인해 불꽃이 일어나기 때문에 화재 진압 요원들은 1분 정도의 간격을 두고 용수량을 조절하며 진화작업을 진행했다.
슬러지에 물이 닿을 때마다 흰 연기와 검은 연기가 뒤섞여 뿜어져 나왔다.
연기 속에 포함된 암모니아와 일산화탄소, 포스핀 등의 영향으로 일대는 흡사 재래식 화장실을 떠오르게 하는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코를 찔렀다.
요원들은 함평소방서장의 관리 감독하에 20분 간격으로 교대하며 화재 진압을 수행했다.
20분을 채우고 임무 교대한 임지훈(31) 함평소방서 소방사는 곧장 헬멧을 벗고 물을 뿌렸다.
임 소방사는 “옷을 입는 순간부터 사우나 속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화재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입는 옷이지만 전체 착장 후 체감온도가 40도를 웃돌기 때문에 화재로 인한 높은 열기가 더해지면 이중 고초를 겪는다”고 열을 식히며 말했다.
새로운 교대 인원이 화재 진압을 위해 투입된 지 20분. 다시 한번 교대가 이뤄졌고 해당 대원은 현장에서 벗어나 공장 입구에 마련된 에어건으로 몸에 남아 있을 불순물을 털어냈다.
소방관들의 헬멧을 벗은 얼굴은 하나같이 검은 재와 땀으로 범벅 된 모습이었다.
한 소방관은 마스크를 벗자 ‘푸하’하며 큰 숨을 내쉬었다. 이어 연기로 인해 다시 기침을 내뱉었다.
교대하고 나온 다른 소방관도 조금이라도 열기를 식혀보고자 머리에 얼음물을 뿌리기도 했다.
이날 진압 작업은 알루미늄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가스가 인근 마을로 퍼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풍향계로 확인 후 바람이 마을방향으로 향하지 않을 때만 진행됐다.
27년째 소방관을 하고 있는 이정태(57) 함평소방서 센터장은 “화재 진압 중 나오는 가스를 작은 양이라도 흡입하면 속이 메스껍고 불편하다”며 “인근 마을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오전, 오후 풍향계로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면서 진압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의 열기와 무더위를 견디는 것도 소방관의 일이라 생각하지만, 올해처럼 푹푹찌는 날이 연속되면 더위로 인해 체력적으로 더 힘이 든다”며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뜨거워도 불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숙명인 것 같다”고 마시던 물을 놓고 방화복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한편 이 알루미늄 공장 화재는 지난 5일 오전 4시54분께 발생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알루미늄 1천200t 중 600여t이 불에 탔고 이날 기준 진화율은 80%다.
/주성학 기자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