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맑똥작은정미소’ 대표 “국가가 친환경 실천하는 ‘작은 농부’ 돌봐야” 2010년 한새봉서 농사 접한 후 토종벼 재배 등 탄소중립 실천 공동경작 통해 공동체 활성화…소농 자립·마을 농지은행 추진 오복 기자

2023년 08월 22일(화) 20:07

김영대 ‘맑똥작은정미소’ 대표

“기후위기 시대, 지구를 구하는 ‘작은농부’로 존재하고 싶어요. 함께하는 공동체와 그들이 만든 물품이 통용되는 시장이 급선무입니다.”

15년차 젊은 농부인 김영대(43·사진)씨는 과거 자연을 파괴하는 삶의 형태 외 다른 삶을 고민하던 중 토종벼를 키우고, 소농(小農)들을 살려내는 방식을 택했다.

김씨는 22일 “농사를 시작한 건 2010년 공동경작을 우연히 접하면서부터”라며 “당시 광주 북구 일곡동 한새봉 자락 아래에서 노부부가 800평의 논을 경작하고 있었는데, 건강상 이유로 농사가 불가능해져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한새봉 두레’를 만들고 공동경작을 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해당 논에는 개구리가 많아 ‘개구리논’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김씨는 ‘개구리논 팀장’이 됐다.

개구리논은 그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잘 가꾼 자연·문화유산’으로 소개됐다. 이에 주민들은 개구리논의 가치와 의미를 확장시키고 보전 방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 행정, 의회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댔다.

공동경작은 마을공동체 회복의 시작이었고 논의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면서 2015년 한새봉농업생태공원 조성에 이르렀다.

김씨는 공동경작을 하면서 농사 지을 때 기계·퇴비값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고민하던 중 이영동 농부를 만났고 그를 통해 알게 된 ‘토종벼’는 돌파구가 됐다.

김씨는 2016년 비료나 퇴비를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토종벼는 수량이 적고, 종류가 다양해 도정이 불가능했다.

벼는 보통 1t 이상을 가져가야 정미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김씨는 2018년 작은정미소를 열었다. ‘맑은 것을 먹고 맑은 똥을 싸자’라는 뜻의 ‘맑똥작은정미소’는 이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이후 김씨는 농사 지을 땅 구하기에 나섰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은 산비탈이나 기계가 들어가기 힘든 땅, 오래 방치돼 관리가 필요한 논 등을 수소문해 무등산 국립공원 내 1천평 규모의 다랭이논을 얻었다.

김씨는 마을공동체를 위해 산지형 다랭이논을 공유지로 조성했다. 운 좋게도 땅 주인이 10년간 방치된 곳이라며 5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김씨는 시민사회 펀딩방식으로 개인·단체별로 50평씩 10팀에 논을 분양했고 이들은 모두 토종벼 농사를 지었다.

김씨는 “공유경작을 하면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다 보니 공동체가 형성된다”며 “이를 통해 마을이 복원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김씨의 최종 목표는 ‘마을 농지은행 설립’이다. 마을공동체가 땅을 소유하면 귀농인들의 정착이 수월하고, 누군가 떠나더라도 그 공간이 그대로 남아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씨는 소농가의 자급 경제를 위해 ‘지구농장터@광주극장’도 운영하고 있다. 지구농장터@광주극장은 ‘광주귀농본부’와 토종곡물을 판매하는 ‘맑똥토종살롱’이 기획한 행사로, 농부 및 공예가들이 먹거리,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다.

김씨는 “매월 고정적으로 현금성 비용이 발생하는 우리나라에서 농부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농들은 식량 자급에 집중하되, 70%에 달하는 소농들이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면 기후위기 극복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가 농부를 돌보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