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수산물 상인엔 사형선고나 다름없어” ●日 원전 오염수 ‘방류 강행’ 파장 남광주시장 ‘썰렁’…“장사하며 이런 일은 처음” 한숨 횟집도 ‘텅텅’…일부 시민은 추석 전 미리 구매하기도 주성학 기자

2023년 08월 22일(화) 20:52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오는 24일부터 개시하기로 결정한 22일 오후 동구 남광주시장 수산물 상인들의 표정은 걱정이 태산이다./김애리 기자

“안 그래도 손님이 줄어 힘든데 추석 명절을 앞두고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것은 장사를 그만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22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남광주시장 수산물 코너. 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거의 없어 시장은 ‘휑’했다.

수산물 상인 양모(58·여)씨는 “30년 넘게 장사했는데 요즘처럼 손님이 없던 적은 없었다”며 “오전에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24일 방류한다는 뉴스를 봤는데, 이건 수산물 상인들은 죽으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산물 코너 양쪽에는 좌판들이 쭈욱 깔려있고 그 위로 갈치, 낙지 등이 얼음에 묻혀 구매자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 곳을 찾는 이들이 적은 데다, 가끔 보이는 이들도 쳐다보기만 할 뿐 이내 발길을 돌렸다.

그 중 한 60대 부부는 수산물 좌판 앞에 멈춰서 생선의 원산지를 꼼꼼히 살폈다. 이에 상인들은 “갈치는 국내산이다”, “완도산 전복이다”며 열심히 설명했지만 부부도 결국 구매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못내 아쉬운 상인들은 그 부부의 뒤에 대고 “싱싱해요”, “싸게 줄테니 가져가라”고 소리를 높였지만 부부의 모습은 멀어졌다.

또 다른 상인들은 수산물로 날아드는 파리를 쫓느라 연신 파리채를 휘두르면서도 혹시나 있을 손님을 기다리며 길목을 쳐다보거나 TV 속 ‘오염수 방류 결정’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상인 김모(62·여)씨는 “사람들한테 안전하다고, 국내산이라고 말을 해도 불안해서 그런지 도통 사가지 않는다”며 “여름철엔 안 그래도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는데 오늘 방류 결정 뉴스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근심을 드러냈다.

시장 인근 횟집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횟집 주인 박모(49)씨는 “정부에서는 과학 이야기를 하는데 현장은 불안 심리로 인해 손님이 끊긴지 오래”라며 “그러면서도 일본이 방류를 철회하진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기도 했지만, 오늘 뉴스를 보니 그 희망마저 사라져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꾸려야 할지 고민이다”고 한탄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추석 명절 전 하루라도 일찍 구입하는 게 낫다’라고 생각해 시장 등을 찾아 꽃게, 전복, 갈치 등을 살피기도 했다.

이날 남광주시장에 온 이종득(59)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긴 했는데 한국으로 오기까지 몇 달은 걸린다고 해서 그전에 미리 구매하려고 왔다”며 “정부는 괜찮다고 하지만 믿을 수가 없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김영순(78·여)씨도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구입이 꺼려질 것 같아 시장에 들렀다”며 “추석 명절 때 내려올 자식들을 위해 전복을 미리 사서 냉동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