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리더인가 보스인가 / 김선기
2023년 08월 27일(일) 19:23
김선기 전남도립대 교양학부·문학평론가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의 시달림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초등학교 선생님, 갓 태어난 아기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물건처럼 사고파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 친자식을 수년간 성적 노리개로 삼아 못된 짓을 저지른 아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벌인 묻지마살인 등 …, 차마 열거하기조차 민망한 사건들이 우리 주변에서 헤아릴 수 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의 낯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문제의 요인은 정치권에 있다고 본다. 사회 구석구석에 돋아난 독버섯들이 나라를 이 지경까지 몰아넣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정쟁만 일삼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지금 정치판의 모습은 마치 영화 ‘양아치’를 관람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 영화는 ‘리더’와 ‘보스’의 차이가 잘 보여줘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더(leader)와 보스(boss)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조직이나 단체 등의 활동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행위적 측면에서 보면 이 둘과의 관계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리더는 어떤 조직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인 데 반해, 보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구성원에게 강압적인 힘을 쓰는 사람이다. 즉, 범죄집단 우두머리의 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이론적 관점에서 리더는 자신의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다. 진정한 리더는 몇 가지의 특징이 있다. 경청의 귀를 갖고 있고, 일은 공개적이며 자신의 약점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험한 일은 자신이 앞장서고, 일에 대한 성공은 반드시 구성원에게 공을 돌린다는 점이다.

그러나 보스는 어떤가. 전혀 그렇질 않다. 구성원에게 겁을 줘서 복종하게 만들고, 자신은 뒤에 있으면서 구성원들에게 가라고 명령하며, 경청의 귀는 아예 없다. 또한 숨어서 은밀하게 일을 조작하고, 자신의 약점을 숨기는 게 특징이다. 그리고 험한 일은 구성원을 앞세우고, 추진하는 일에 있어서 권위에 의존, 성공은 자신의 몫이다.

이러한 보스의 특징을 정치권에 그대로 대입하면, 머릿속에서 몇몇 사람의 이미지가 조각 그림처럼 쉽게 맞춰진다. 전 국민이 놀랄만한 사건이 터져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고, 구성원을 총알받이로 앞세우는 게 요즘 풍경 아니던가.

얼마 전, 지인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리더와 보스’가 화제가 된 적 있다. 누군가 인디언 추장과 관련한 얘기로 입을 열었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100% 비가 온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란다. 꼭 난센스같은 답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인디언 부족의 리더인 추장은 부족이 거주하는 구역에 비가 오지 않으면 1년, 2년, 3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까지도 기우제를 지낸다고 한다. 이때 추장의 강한 의지는 주민에게 ‘희망’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하다. 추장이 기우제를 지내고 있으니, 언젠가는 비가 올 것이란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들은 당장 목이 마르고 삶이 힘들지만, 추장이 지내는 기우제에 대한 희망으로 참고 견뎌내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도 인디언들처럼 희망을 주는 추장 같은 리더가 필요한 때다. 그런데 그런 리더가 보이질 않는다. 안타깝고 절망스러울 따름이다. 국가 지도자라고 자처하는 그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당신은 리더인가, 보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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