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물의 말 / 김진혁
2023년 08월 27일(일) 19:23
김진혁
도란도란 흐른다고 맨맛하게 보았더냐

마냥 낮게 엎딘다고 쓸개 빠진 줄 알았더냐

보아라, 흰 뼈를 세워 바위도 뚫을 테니.

(시조집 ‘나무 날다’, 시와사람, 2023.)

[시의 눈]

가스통 바슐라르는 ‘물과 꿈’에서 물은 끊임없이 실체를 변화시키는 운명의 힘이라고 상징한 바 있지요. 하면, 김종삼은 광야의 더위 그 한복판 영롱한 물통을 묘사해 수직적 갈증을 대비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조운은 비로봉 새벽안개 이슬로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 구룡연 천척절애에 한 번 굴러보기를 바랬지요. 이렇듯 시인들이 노래한 바 물은 곧 힘입니다. 여기 시인은 남들이 다 얕보는 물이지만 그 ‘흰 뼈’로 바위를 뚫는 바를 대변해 보입니다. 혹자는 졸졸 흐르는 물줄기를 ‘맨맛하게’ 보지요. 비 온 뒤 웅덩이로 엎디어만 있었기에 뭐 ‘쓸개 빠진 줄’ 알았던가요. 한데, 아니었군요. 진흙밭 웅덩이 물에도 ‘바위 뚫을’ 힘이 내장돼었네요.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이 국민을 업고 득세하려 야단입니다. 우릴 곧 말라질 물 웅덩이로 시피 보기 때문이지요. 물은 결심합니다. 천척절애(千尺絶崖)는 아니래도 앞 개울로 조용 흘러듭니다. 내친김에 폭포수로 달려갑니다. 한 천하장사가 말리기를 멈추곤 응원을 해요. 물아 물아, 다 뿌셔 뻐려! 김진혁 시인은 전남 곡성에서 나 1984년 ‘시조문학’ 천료로 등단했고, 제3회 공무원문학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조집 ‘바람으로 서서’(1998), ‘내 마음은 작은 두레’(2006)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대상에 생태적 서정성을 연결한 시학을 40년 시력으로 견지해 온 내구력이 탄탄한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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