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vs 보수 ‘정율성 기념사업’ 갈등 갈수록 격화 姜시장 “철 지난 이념 공세…광주 정신 멈추지 않을 것” 정부·여당 연일 집중포화 尹대통령까지 부정적 언급 가세 보수 세 결집에 곱지않은 시선…“이념 정쟁 중단” 여론↑ 박선강·주성학 기자

2023년 08월 27일(일) 20:11

역사공원 들어설 정율성 생가 광주 출신 음악가 정율성 기념사업을 둘러싸고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최근 SNS에 글을 올려 조성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등 진보·보수 진영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정율성 역사공원’이 조성되고 있는 광주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의 27일 현재 모습./김애리 기자

정부와 여당의 전방위 공세로 광주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산 전체주의’를 언급한 이후 박민식 보훈부장관이 정율성 관련 사업을 문제 삼으며 논란을 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보수진영 세 결집을 위한 행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데다, ‘정율성’ 관련 사업이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온 만큼 소모적인 ‘이념 정쟁’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냉전은 이미 30년 전에 끝났는데 철 지난 이념 공세가 광주를 향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광주 정신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25일 예정에 없던 휴가를 낸 강 시장은 지리산에서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게시하며 “한때 이곳에서 펄럭였던 이념의 깃발은 사라졌고 지리산은 여전히 아름다워 사람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지리산은 우리에게 사람을 잊은 이념의 덧없음을 가르쳐준다”고 강조했다.

강 시장의 게시글은 최근 정율성 관련 논란이 시작된 이후 3번째 페이스북 게시글로 정부와 여당의 이념 공세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강 시장은 지난 22일에도 “이념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두가지 색깔 ‘적과 나’로만 보인다. 나와 다른 모두에 등을 돌리는 적대의 정치는 그만하시고 다른 것, 다양한 것, 새로운 것을 반기는 ‘우정의 정치’를 시작하자”는 글을 올렸다. 이어 23일엔 “보훈부는 정율성 관련 논란을 멈추고 그에 대한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겨 두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 될 것이다”고 제안했다.

광주시 구청장협의회도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정율성 선생의 삶은 일제의 한반도 강제 병합이라는 암울한 시대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역사의 흐름과 함께 했다”며 “현재의 시대적 가치를 기준으로 생애 중 한 면만 부각시켜 정체성을 규정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진영의 문제 지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광주시당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단순히 광주 태생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항일운동가, 음악가로 포장해 우리 국민을 무참히 짓밟고 조국 통일을 가로막은 ‘北·中(북·중) 영웅 작곡가’를 미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율성 기념 공원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광주시당은 “정율성은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 행진곡’과 북한군의 ‘조선인민군 행진곡’을 만들어 6·25때 중공군·북한군의 대한민국 침략에 공헌한 인물”이라며 “정율성 기념공원을 광주시민의 혈세를 들여 조성하는 것은 6·25 참전 호국영령에 대한 모독이자, 민주주의 수호에 가치를 둔 5·18 정신과도 극명하게 배치된다”고 정부·광주시에 공청회 개최를 제안했다.

특히 정율성 논란에 윤석열 대통령도 가세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2기 출범식에 참석해 비공개 회의중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공원을 한 지자체에서 만든다고 한다”며 “자유와 연대, 통합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6일 논평에서 “정율성이라는 인물이 중국 공산당과 북한 군부 관련 활동을 했다는 점은 누가 뭐라 해도 사라지지 않은 사실”이라며 “국민 세금 48억원을 들여 정율성 기념공원을 짓는 것은 독립과 민주주의 역사를 지켜온 광주시민에 대한 모욕행위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는 27일 오후 4시 남구 양림동 정율성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율성은 6·25 민족상잔의 원흉인데 광주시는 단순히 그를 독립운동가 또는 걸출한 음악가라 선동하며 공원 조성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을 전면 철회하고 학살부역 옹호하는 강기정 시장은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했으며 총 48억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공원 조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박선강·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