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정율성 기념사업은 이념 정쟁 대상 아니다

2023년 08월 28일(월) 19:35

광주 출신 음악가 정율성 기념사업이 보수와 진보 진영 갈등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북한과 중국에서의 행적을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수 없다며 광주시가 추진하는 기념공원 조성사업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촉발돼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보훈부는 한법소원까지 포함한 법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권 일각에서는 감사원 감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통합위원회 2기 출범식에 참석해 비공개 회의 중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공원을 한 지자체에서 만든다고 한다. 자유와 연대, 통합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정율성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어 불온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매카시즘적 행태로 규정, 반박하고 있다.

전방위 이념 공세에도 광주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건하다. 강기정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행정의 연속성과 예산집행이 이미 완료돼 사실상 마무리된 사업이다“고 강조했다. 정율성(1914-1974)은 중국에서 3대 음악가로 성장해 100인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로, 2000년대 들어 친중 정책과 맞물려 정부와 지자체에서 관련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돼왔다. 광주 역사공원은 동구 불로동 일대에 48억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완료 예정이다. 150억원을 투자한 밀양의 김원봉 의열 기념공원, 123억원을 투자한 통영의 윤이상 기념공원과 결을 같이한다.

정율성 기념사업은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시기인 1988년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돼 국익을 위해 지난 35년 동안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했다. 소모적인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론 분열을 가속화하는 극단의 대결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 특히 5·18 민주도시 광주가 다시 고립되는 상황을 용납 못한다. 주무부처인 보훈부 또한 항일 독립운동가 정율성에 대한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기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광주에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20년 간 이뤄진 소중한 문화교류 사업이다. 편협한 이데올로기 잣대로 저지할 일이 아니다. 더 이상 논란을 키워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