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렇게까지…” 정율성 갈등 키우는 정부·보수진영 진영 논리 앞세운 철 지난 ‘이념 정쟁’에 피로감 가중 박선강·주성학 기자 |
| 2023년 08월 28일(월) 2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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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불을 당긴 박민식 보훈부장관이 28일 순천을 찾아 역사공원 조성 사업 전면 철회를 다시 촉구하는가 하면, 일부 보수 정당은 광주에서 집회를 갖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광주시와 진보진영을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5·18 공법 단체까지 신문 광고를 통해 정율성 기념공원 반대에 가세하며 지역사회가 분열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민식 장관은 이날 순천역에서 광주 출신 중국 혁명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광주시의 역사공원 조성 사업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박 장관은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사업 철회에 장관직까지 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장관은 또 “법적인 문제도 여러 방면에서 검토 중”이라며 “중앙 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검토(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보수 정당인 자유통일당 광주시·전남도당 관계자 100여명도 이날 오전 광주시청에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반대 집회를 열어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시민 혈세 48억원 정율성 사업 반대’, ‘여기가 평양이냐, 광주냐’, ‘공산당 나팔수 정율성 사업 철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태극기를 흔들며 정율성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았다.
황경순 위원장은 “시민 혈세 48억원이 들어간 역사공원 조성사업 뿐만 아니라 이미 조성된 정율성거리 전시관, 생가도 철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점령한 공산당 세력을 끌어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4·19 관련 3개 단체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5개 단체는 이날 3개 중앙 일간지에 ‘정율성 역사공원 건립 반대’ 광고를 내고 반대 흐름에 가세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5·18은 그동안 북한 선동설, 빨갱이 등 수많은 왜곡에 시달렸다”며 “전두환 군사 반란 정권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나선 민주 영령들을 더 이상 억울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관련 기념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한 것으로 광주만의 평가가 아닌 정부의 오래된 평가”라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강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율성 선생이 우리 정부의 대중국 외교의 중요한 매개였음은 분명하다”며 “광주는 이런 기조에 발맞춰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관광사업 일환으로 기념사업을 구상했고 2005년 남구에서 시작된 정율성 국제음악제는 18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150억원을 투자한 밀양의 김원봉 의열 기념 공원, 123억원을 투자한 통영의 윤이상 기념 공원 등과 결을 같이 한다”며 “한·중 관계가 좋을 때 장려하던 사업을, 그 관계가 달라졌다고 백안시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업무수행 기준을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시장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을 박승춘 전 보훈처장에 빗대기도 했다.
강 시장은 “박승춘 전 처장은 광주시민이 (5·18 기념식에서) 마음을 담아 부르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시켰고, 이념의 잣대로 5·18을 묶고, 광주를 고립시키려 했다”며 “보훈처의 철지난 매카시즘은 통하지 않았고 광주시민들은 이를 잘 넘어섰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시장은 “보훈단체와 보수단체를 부추겨 광주를 다시 이념의 잣대로 고립시키려는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며 “국가와 함께 추진했던 한·중 우호 사업인 정율성 기념사업은 광주시가 책임을 지고 잘 진행하겠다”고 추진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강 시장은 “보훈부에 다시 한 번 요구한다. 오랜기간 동안 대한민국 정부도 광주시민도 역사 정립이 끝난 정율성 선생에 대한 논쟁으로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지 마시길 바란다”며 “누가 뭐라 해도 광주시민들이 뜻을 모아 한 일이다.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박선강·주성학 기자
박선강·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