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 별주부와 떠나는 수궁가 여행

광주시립창극단 ‘수궁 어벤저스’…내달 9-10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동초 김연수 수궁가 재창작 무대
이야기꾼 광대·수성가락 반주 등
원작과 다른 특별한 재미 ‘가득’

최명진 기자
2023년 08월 30일(수) 19:41
광주시립창극단 ‘수궁가’ 공연 모습 .<광주예술의전당 제공>
“토 선생이 저기 당하고 있는디 보고만 있을 것이여? 이웃지간에 도우면 금상첨화지. 지금 여기서 우리 소리꾼들이 해볼 수 있는 건 성심을 다해 내지르는 소리지. 어떻소, 여러분. 한 번에 끝내버립시다.”

광주시립창극단의 제59회 정기공연 ‘23 별주부전-수궁 어벤저스’ 프레스 리허설이 지난 24일 국악당 대연습실에서 진행됐다.

이날 리허설에서는 토끼와 자라가 우여곡절 끝 용궁에 이르러 성대한 축연을 벌이는 모습, 용궁에서 가까스로 빠져나간 토끼가 위기에 처한 장면 등을 20여분 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다음달 9일과 10일 오후 3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1974년 처음으로 무대에서 공연된 김연수작 수궁가를 원형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판소리 수궁가의 원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면서도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도록 내용을 새롭게 각색했다.

원작 수궁가가 토끼의 팔난(八難)과 꾀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별주부의 충성심이 부각된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충신,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별주부에 투영시켰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간신들의 모함과 토끼의 언변에 속아 넘어간 용왕이 지위를 박탈했음에도 육지에 다녀오라는 명령을 묵묵히 수행하는 별주부의 모습은 이순신 장군과 닮아있다.

또 여기에는 인간에게 입양돼 애완동물이 된 토끼의 여동생 집토끼도 새롭게 등장해 인간 세상의 정보를 알려주는 등 과거와 현재를 적절하게 담아냈다.

토끼와 팔선녀가 함께 어우러져 노니는 장면이나 거북이와 소리꾼들의 도움으로 독수리에게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 토끼의 모습은 원작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내용들이다.

6명의 광대가 등장해 수궁가를 마치 이야기책 읽듯 설명해주는 장면은 조선시대 소설을 읽어주는 낭독가 ‘전기수’를 떠올리게 한다.

독수리를 연기하는 무용수의 표정과 몸짓 또한 눈길을 사로잡으며, 독수리 대사를 대신 읊는 이야기꾼의 재치 있는 입담도 이번 공연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

무대 출연진으로는 별주부 역의 정승기, 토끼 역 정동렬, 광대 역 박운종, 이상호, 정선심, 이정주, 한혜숙, 이은비 등을 비롯해 60여명이 함께 한다.

여기에 김규형 예술감독을 필두로 재창작 김범수, 연출·구성 박은희, 작창 김소영, 음악감독 김영길, 안무 유홍영, 조연출 임홍석 등이 참여한다.

서양악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풍성한 소리를 내는 국악 반주와 전통을 따르면서도 연주자의 즉흥적인 기교를 느껴볼 수 있는 수성가락이 무대와 한데 어우러지며 이번 공연을 더욱 특별히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약 50년 만에 아버지인 동초 김연수 선생이 처음으로 공연 작품화했던 ‘수궁가’를 각색해 무대에 올린다는 김규형 예술감독은 감회가 새롭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 예술감독은 “아버님의 대를 이어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이번 공연은 토끼보다는 별주부를 중심으로 충성심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노력했다”며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즐겁게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추억을 남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5세 이상 관람가로 R석은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원이다. 광주예술의전당 홈페이지 또는 티켓링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광주시립창극단 단원들이 ‘23 별주부전-수궁 어벤저스’ 공연을 연습하는 모습.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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