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에 재정지원이 필요한 이유 / 주정민

2023년 08월 30일(수) 19:50

주정민 전남대 사회과학대 학장

지방대학이 위기이다. 학령인구가 줄어 입학자원이 감소하고, 대학등록금이 15년째 동결돼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정상적인 대학 운영과 교육이 어려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방대학의 평판과 위상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지방대학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주장이 많다. 우수한 입학자원을 확보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위해 쟁정투자가 뒤따라야 하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다.

대학의 수입원은 크게 등록금, 정부의 재정지원, 발전기금이나 기술이전 비용 등이다.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물가 인상 등이 얽혀 있어 쉽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사업의 용도가 정해져 있어 사용범위가 제한적이다. 심지어 발전기금과 기술이전 비용은 수도권의 유명 대학과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 치우쳐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사립대 기준으로 약 53% 수준이다. 대학 재정의 절반 수준이다. 나머지 비용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 운영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은 대학의 각종 평가지표에 기반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지방대학은 수도권 대학보다 지원사업 규모 및 선정에 있어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

최근 정부는 지방대학의 행정과 재정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하고 이양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라이즈(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사업이다. 지역이 주도하는 대학지원 모델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라이즈 사업의 목표는 지역의 인재가 지역 대학에서 교육받고 지역 산업체에 취업해 지역 사회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대학은 지역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지자체는 대학에 재정지원 등 새로운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지자체가 대학에 지원할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매우 낮다. 전국평균이 50% 내외이고, 이중 수도권은 60-70% 수준인 데 비해 비수도권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별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결국 지방대학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다. 지역에서 젊은이들이 희망을 품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단순히 지방대학의 재정지원을 넘어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원책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고등교육 재원을 마련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대학교육협의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과 대학원생 1인당 공공재원은 독일 등 주요국의 3분의 1수준이다. 고등교육의 재정 규모도 GDP 대비 0.69%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1%에 크게 밑돈다. 국가의 재정 규모보다 대학 등의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국가가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특별한 조처를 해야 한다. 국가 재정의 일정 비율 이상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 법을 제정해 내국세의 일정비율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안정적인 교육재원을 마련해 투자함으로써 지방대학이 지역발전의 핵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