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의 활용 / 유현석
2023년 09월 03일(일) 19:55
유현석 광주시교육청 장학사
지난해 3월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제1차 기초학력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기초학력이 저하됐다는 지적과 어떤 교육을 받는데 기초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학력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방법일 것이다. 기초학력보장 종합계획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분석한 후 지원하기 위한 계획이기에 이 계획 자체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종합계획이 발표된 이후,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진단평가를 전수평가로 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단평가 결과로 인한 박탈감과 낙인효과, 한 줄로 세우는 줄세우기식 경쟁, 과거 정부의 일제형 고사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의사가 환자를 정확히 진찰해야 정확한 처방을 할 수 있듯이 학생들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학습 결손을 해소 시켜주는 정확한 교육적 처방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에게 진단평가를 보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왜 같은 현상을 두고 이렇게 다른 이야기를 할까? 아마도 이는 평가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부정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평가란 무엇인가?’이란 질문에 단일한 정의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어떤 평가관을 가지고 있는냐에 따라 다양한 답이 존재한다. 어떤 것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평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교수 및 학습을 개선하고 학생의 학습에 도움을 주는 것이 평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가가 무엇으로 정의 내려지든 간에 평가에 대해 부정적 경험을 떠올리는 것은 평가의 결과가 우리에게 치명적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평가는 선발, 분류, 예언, 실험, 평점, 자격판정, 배치, 진급 등을 위해 활용됐다. 쉽게 말하자면 상급학교를 진학하거나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데 평가의 결과가 활용됐으며 당락은 한 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우리는 평가를 본다고 하면 부담부터 느끼며 왠지 모를 거부감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전의 평가 결과로 순위를 매겨 교실 뒷편에 공개했었던 학창 시절의 비인간적인 추억은 하나의 트라우마였을 것이다. 또 순위는 교실을 넘어 학교와 학교, 지역과 지역을 비교하는 도구로 사용돼 사람들을 경쟁시키고 비교육적 상황이 발생하도록 조장했다. 또 어떤 표준화 시험들은 기본적으로 부모의 경제적 상황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우리는 어쩌면 본능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평가의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평가는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이 알다시피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평가의 결과를 잘못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평가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정서 상태 등 학생들의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자 방법이다. 학생이 겪는 어려움을 정확히 알아야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평가는 하나의 학습 도구이자 공부 방법이다. 워싱턴대 심리학과 교수 헨리 뢰디거는 평가에 대해 인출 연습이라고 했다. 인출 연습이라는 건 배운 지식을 계속 사용하는 것으로 학습이 ‘input’의 공부법이라면 시험은 ‘output’의 공부법이라는 것이다. 뇌 과학에서 자주 말하는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것, 꺼내는 연습의 결과물인 것이다.

앞으로 시행될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과거 발생했던 우려들처럼 학생 학교 지역의 서열화, 문제풀이 및 강의식 수업으로의 회귀, 사교육 시장으로의 번짐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 오직 학생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본질에 충실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한다. 평가의 활용이 긍정적인 교육적 효과가 나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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