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자갈치 시장 / 김 정

2023년 09월 03일(일) 19:55

김 정

갓 잡은 생선들이 여행길에 오른다
좌판에 둘러앉아 별별 사람 구경하면서
즐거운 식탁 꿈꾸며 저녁놀에 발 담근다
와보소 물 좋심더 펄펄 뛴다 아입니꺼
파도 자락 끌고 온 걸쭉한 목소리가
반쯤은 정으로 담고 또 반쯤은 덤으로
연탄불에 달군 석쇠 꼼장어 요동친다
바다를 채워가는 잔들이 부딪치고
연안에 불빛 하나둘 별을 닮아 밤이 깊다
(시조집 ‘이야기 빨래방’, 책만드는집, 2023.)

[시의 눈]

흐르는 땀, 잠깐 길을 멈출 때입니다. 뱅어댁이 넙치댁에게 말합니다. 아따 징그랍게 오래 살다보이 오임수도 맛보것네. 넙치댁이 받는 말, 난 참말 무지렁뱅이지 무신 소화제로 알았당께. 아, 다리 아프네 좀 쉬세. 그 물이 이노무 다리 보드랍게 해주면 좀 쓰것는가 잉. 둘은 기우뚱 벤치에 앉습니다. 싯째 동서가 자갈치서 꼼장어좌판 하는디 한때 돈전대 까득까득 찼다네. 뱅어댁이 말을 잇습니다. 곧 배를 장만한다고 자기 배까지 내밀던데 일 났구먼 날더러 한번 ‘와보소 물 좋심더 펄펄 뛴다 아입니꺼’ 이러길래 찬바람나문 갈란다 했는디 어째야 쓰까 몰라. 그러자 넙치댁 말, ‘석쇠’ 우게 뛰는 ‘꼼장어’ 요술귀경도 파토나부렀네. 하자, 뱅어댁이 동서네 소줏잔불도 홀아비 그것마냥 사그라들겠지? 합니다. 이때 한 주롱 든 이가 끼어듭니다. ‘허 큰일이구먼, 정과 덤이 사라지면 무섭당께!’ 그는 탕 탕 죄없는 주롱(柱弄)을 들어 땅을 찍습니다. 김정 시인은 안동에서 나 2004년 ‘현대시조’로 등단, 시조집 ‘맨발로 온 여름’(2014), ‘장미꽃 엄마’(2019)를 펴냈습니다. 그는 바깥과 속내의 풍물이 한자리에 만나 어우러지게 하는 그 동행 반려의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