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 헌혈…나를 더 사랑하게 됐습니다” ●박영일 광주 동구 장애인복지관 자원봉사자 고교시절 큰 교통사고…수혈받은 감사함서 시작 바둑 교육 봉사도…“건강 허락하는 한 나눔 지속” 안태호 기자

2023년 09월 04일(월) 19:47

박영일 광주 동구 장애인복지관 자원봉사자

“50여년간 헌혈을 하면서 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됐고, 긍정적인 사고가 생겨난 것 같습니다.”

광주 동구 장애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일(68·사진)씨는 4일 꾸준한 헌혈 활동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박씨가 처음 헌혈을 한 것은 1973년 고등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봄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추월하려던 군용트럭에 머리와 다리가 깔리는 큰 사고를 당했고, 41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었다.

박씨가 사경을 헤맬 때 가족, 친구, 선생님 등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당시 감사한 마음에 ‘몸이 좋아지면 꼭 헌혈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건강을 되찾고 지나던 길에서 우연히 헌혈 차량을 마주하면서 첫번째 헌혈을 하게 됐고 어느덧 ‘50년 헌혈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410회가량의 헌혈을 하다 보니 광주시장상, 국무총리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광주전남 혈액원 헌혈 봉사회장도 역임했다.

현재는 동구 장애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본인의 특기인 바둑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1-5시 15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바둑 수업을 진행 중이다.

박씨는 보다 많은 청년들이 헌혈 활동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청년들이 헌혈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도 보유 혈액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50여년간 지난 삶을 돌이켜보니 헌혈하는 사람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남을 도울 수 있고 긍정적인 생각과 삶도 따라오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약을 먹느라 헌혈을 못 하고 있지만 다음 달부터 바로 헌혈을 할 생각”이라며 “헌혈 권장 나이(만 17-69세)대로라면 올해가 헌혈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라 섭섭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몇 달 뒤면 헌혈 정년(?)을 맞이하지만 건강 관리에 신경 써 남은 기간 동안 꾸준히 헌혈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자원봉사 등 남을 도울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