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카르텔과 부의 착취 / 김일태
2023년 09월 04일(월) 19:47
김일태 전남대학교 석좌교수
이번 정부는 시민단체 보조금, 노조 파업, R&D 예산, 입시를 이용한 교사의 사교육시장 참여 등 모든 사안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해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카르텔의 범위가 과점 기업들을 넘어서 정치적 및 사회적 관계로 넓혀지고 있는 경향이다. 그러나 이권 카르텔 청산의 목적은 적폐 청산이라는 정치적인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만연된 기득권과 갑질을 타파해 참여의 기회 균등과 공정한 경쟁을 확보하는 것이다.

본래 카르텔(cartel)은 경제학 용어로 ‘동일 업종의 기업들이 서로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 가격과 수량을 협의하여 결정하는 담합(collusion) 행위에 참여한 기업들’을 지칭한다. 카르텔은 시장의 공급량을 결정하는 독점화가 이뤄지지만 내부적으로 참여한 기업들이 생산량을 결정하는 구조로 각자의 이윤 확보를 위해 비협조적인 행동으로 불안정하게 돼 내부끼리 협약 위반이나 고발로 붕괴될 수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불만시대의 자본주의: 공정한 경제는 불가능한가(2019)」(People, Power, and Profits)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기업들의 이기심 추구로 사회적 이익이 높아진다고 자유 시장경제를 주장한 아담 스미스조차도 경고한 “동일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유흥이나 오락을 즐기기 위해 함께 모이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일단 모이게 되면 그들의 대화는 대중에 대한 음모나 가격 담합의 주제로 흘러간다”라고 지적했다. 그 후 이것은 기업들의 경쟁을 방해하는 명시적 담합이나 암묵적 음모를 제한하는 독점 금지법이나 공정 거래법의 존립 근거가 됐다.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이념, 지역, 직종,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카르텔이 행동하고 있다. 우선 정치적 카르텔로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 대표적인 기업과 정부의 관계이다. 정부는 해방이후부터 1950년대 일본인의 귀속재산 불하와 외국 원조물자의 공개입찰,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 시행 이후로 수입대체산업 지정과 외자도입, 수출증대와 중화학공업정책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불하와 입찰의 특혜, 저금리 융자와 외자도입의 금융 특혜, 수입품의 독점적 권리를 제공하였다. 기업은 반대 급부로 집권층에게 정치 자금을 헌납했다. 현재도 규제기관이 부실한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고발을 지연하는 행위는 자원배분이 시장경제원칙보다는 부정부패와 관치경제에 의존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관료나 법조계의 퇴직 이후에 전관예우(前官禮遇)로 나타난다. 퇴직 관료들의 이기적 집단인 일명 교피아(교육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국피아(국토교통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모피아(기획재정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그리고 법조계의 법피아 등은 관련 기관이나 단체로 진출해 세력을 구축한 후 여전히 권력을 행사하고 높은 금전적 대가를 받는 견고한 카르텔의 행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과 퇴직자 모임이나 퇴직자들이 취업한 기업들과의 정실적(情實的) 관계, 정부와 과학기술 출연기관의 관행적 연구개발예산 배정, 건설사의 입찰 담합, 연예인과 기획사의 약탈적 계약, 대학입시와 관련해 사교육기관에 참여한 교사들의 커넥션은 진입장벽이 돼 공정한 참여의 기회가 박탈되고 로비 등의 비생산적 활동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이권 카르텔은 넓은 의미에서 지대를 추구하는 행위의 구조이다. 지대추구는 로비, 소송, 뇌물, 사기 등의 비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부당한 독점적 이익을 취하게 돼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부의 창조보다 부의 착취를 초래한다. 국민소득의 크기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 그리고 나머지인 지대로 구성된다. 지대는 생산성을 초과하는 과도한 금전적 대가(자문료, 수임료 등), 기업의 독점 수익, 각종 지적 재산권, 부동산 투기 등으로 경제성장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해치게 된다. 이로 인해 대다수 근로자들의 근로소득과 중소기업의 자본소득은 감소하고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으로 자본소득과 이권 카르텔의 지대 몫은 늘어나는 부의 착취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경제주체들이 참여 기회의 균등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하노 벡(Hanno Beck)이 「경제학자의 생각법」에서 인용한 리처드 와틀리의 지적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의 이익을 무시하는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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