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도 공교육 멈춤, 교권 회복의 계기로 삼자

2023년 09월 05일(화) 20:37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를 기리는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검은 상복을 입은 참석자들은 진상 규명과 아울러 교권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교사들이 쓰러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는 학부모들의 악의적인 민원이 가장 크다. 자신의 아이가 특별하다며 특별하게 대해 달라는 이기적 행태가 그것으로 모두가 내 일처럼 경험하고 있다. 천직으로 여긴 직업에 회의가 밀려드는 지금이다. 아이들이 좋아서 청춘의 시간을 쏟아 이룬 꿈이 무너지고 있다. 아이들이 교육다운 교육을 받지 못하고 교사들은 교사다운 역할을 할 수 없는 일그러진 사회다.

서울 서이초에 이어 양천구와 전북 군산에서 또 다른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교원들은 공분하며 대규모 집회에 나섰다. 전국 동시다발로 이뤄진 이번 행사는 광주에서만 4천여명이 참여했다. 7개 초교가 휴업했고 1천명이 연가·병가를 냈다. 전남은 1천400명으로 집계됐으며, 재량휴업을 실시한 곳은 없었다. 교육청은 긴급 상황에서 장학사는 물론 퇴직교원까지 인력풀을 꾸려 학교 지원을 벌여 혼란을 최소화했다.

정당한 학생 지도의 어려움, 학부모의 악질 민원 등으로 교육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 일부 학교 내 갈등도 우려를 낳는다. 연이은 비극적인 선택에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교사들의 그 슬픔과 분노를 가늠하기 힘들다. 집단행동을 위한 연가·병가나 재량휴업은 위법이라던 교육부도 징계 방침을 철회했다. 다행스럽다. 아이들을 학교에 남겨두고 우회 파업에 참가하도록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당국의 뒷짐 때문이다. 교육부는 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철저한 진실 규명부터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실효적인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들은 동료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교육공동체를 실현하자고 한다.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 정부는 교사가 교실을 떠나 길거리로 나오는 일이 없도록 숙고해야 한다. 정치권도 입법 지원에 함께해야 할 것이다. ‘백년대계(百年大計)’다. 아이들의 미래, 나라의 미래다. 공교육이 더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