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의 자격 / 김욱 |
| 2023년 09월 06일(수)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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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볼’이라고 불리는 광주FC 축구는 특징이 있다.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포지션을 파괴하며 90분 동안 ‘골’을 넣기 위해 전진한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이 전술은 ‘이기기 위한’ 또는 ‘지지않기 위한’ 경기를 하는 팀들과 차이를 만든다. 감독과 선수, 경기장 안 선수들 간 신뢰가 없다면 성공하기 힘든 전술이다.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감독은 자신의 책임을 강조한다. 객관적으로 광주FC는 ‘뎁스’가 얇은 팀이다. 그러나 이정효 감독은 이 점을 활용한다. 그의 전술을 이해하고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는 선수라면 누구나 기회를 얻고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선수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역할을 수행했을 때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선수들은 감독을 믿는다. 결과적으로 ‘정효볼’은 쓸 수 있는 선수가 많다.
훌륭한 리더가 팀을 변화시킨 사례는 스포츠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5-2016시즌 EPL 우승팀 레스터시티와 라니에리 감독, 실화를 바탕으로 최근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의 부산중앙고등학교 강양현 감독(현 조선대 감독) 등 스포츠 역사 속 뛰어난 리더들은 어려운 환경을 기회로 바꿔 선수들과 함께 기적을 만들었다. 광주FC와 이정효 감독도 두고두고 회자될 기적의 역사를 써 내려가길 기대한다.
리더의 역량이 조직에 미치는 효과는 비단 스포츠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애플과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도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의 강렬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당대 세계최고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 역사 속에도 세종과 영조와 같은 훌륭한 ‘리더’와 함께 조선의 태평성대가 가능했다. 시대를 넘어 ‘잘 나가는’ 조직은 ‘책임은 위로 영광은 아래로’가 잘 지켜진다. 모든 책임이 리더에게만 있을 수는 없다. 잘 나가는 조직의 리더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목표를 분명히 하고 공정한 방식과 함께 구성원과 공유한다. 그리고 결과에 책임을 진다. 구성원들이 리더를 신뢰하고 조직이 유기적으로 운영될 때 실패 확률은 ‘0’으로 수렴한다. 모든 구성원이 리더의 시스템을 내재화하면 ‘스타플레이어’는 필요 없다. 설령 있더라도 리더는 특정 구성원에게만 의지하지 않는다. 각자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누구나 기회를 부여받고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 따라서 구성원들의 갈등이 적다. 평균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만족도와 달리 갈등의 감소는 합리적인 조직 운영의 증거이다. 구성원들이 리더를 신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잘 나가는 조직의 특성은 ‘정효볼’과 닮았다.
내가 소속된 공사는 리더십의 부재로 얼마 전까지 홍역을 치렀다. 책임 전가, 공정하지 못한 언행, 조직 위에 군림하는 권위적 태도는 필연적으로 직원들과 불화를 야기한다. 리더가 부재한 상황에 통합 광주관광공사 출범까지 결정되어 직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진정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광주관광공사 초대사장 모집절차가 진행 중이다. 서류심사와 면접과정을 거쳐 곧 시장이 지목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있다. 과정을 지켜보는 구성원들의 시선에 기대와 염려가 교차한다. 2개 기관이 기능적으로 통합되었지만 화학적 통합은 이제 시작이기에 새로운 사장의 첫 번째 미션은 조직의 융화다. 합리적인 기준과 함께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한다. 리더에게 직접적인 아픔을 겪은 직원들은 조직 위에 군림하는 ‘왕’이 오지않을까 걱정한다. 새 사장은 광주관광 활성화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공정한 방식을 제시하고 부모와 같은 따뜻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인물이라도 겸손한 자세로 직원들과 소통하며 훌륭한 리더의 소양을 키워낼 인물이길 바란다. 광주관광공사 직원들은 ‘일할 맛 나게’ 만드는 리더를 기다린다. 나 역시 훌륭한 소양을 갖춘 분이 우리의 ‘리더’가 되길 바란다.
나도 ‘효버지’ 같은 리더와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