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 지하상가 안전 불감 ‘만연’ 소화기·소화전 등 소방설비 진열 상품에 가려져 “화재 초기진압 중요…인식 계도가 현실적 방안” 장은정 인턴기자

2023년 09월 06일(수) 20:58

“물건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데 위급상황 시 제대로 쓸 수 있을 지 걱정이네요.”

광주 동구 금남로 지하상가 내 소방 설비가 진열 제품에 가려져 화재 등 비상 상황 시 즉각적인 사용 및 초기 대응이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오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 지하상가. 상가 천장에는 소화기 위치를 가리키는 빨간 팻말이 걸려 있었다. 팻말을 따라 시선을 옮겼으나, 구두와 옷 등의 상품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열된 상품이 소방 설비를 가린 것이다.

갑작스러운 정전을 대비해 마련된 비상 손전등과 화재 시 즉시 송수관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할 소화전(방수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소방 설비와 장비가 구비된 곳 바닥을 살펴보니 ‘물품 적재 금지구역’을 알리는 노란 테이프가 붙어 있었지만, 각종 상품에 가려져 ‘있으나 마나’한 상황이었다.

금남로 지하상가를 자주 이용한다는 A(40 여)씨는 “옷을 사러 자주 지하상가에 오지만, 소화기 위치는 처음 알았다”며 “최근 화재 사고가 많은데 불이 났을 때 잘 사용할 수 있을 지 걱정이다”고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현재 광주시로부터 지하상가 관리 및 전반적인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광주도시공사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나, 개선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물품 적재 등 소방 설비를 가려놓는 것이 상인들의 생계와 관련이 있어 매번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단속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상가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상인들이 제재 없이 소방 설비 앞에 물건을 적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상가 단속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며 “올해 2월 대대적으로 단속을 실시했지만, 법을 지키지 않는 분들이 있어 개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 B(30대·여)씨는 “단속 나올때만 급하게 물건을 치워둔다”며 “오가는 사람들 눈에 잘 보이게 하려고 상품을 놓다보니 소화전 있는 곳까지 진열하게 된다. 위험한 건 알지만 우리에겐 당장 생계가 걸린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소방 관계자들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상가에서 화재나 정전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소방시설 관리 및 대피로 확보를 강조했다.

광주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지하상가 같은 경우 창문이 없어서 배연(연기배출)이 되지 않아 불이 크게 번질 위험이 있다”며 “물건이 적치돼 있을 경우 진입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법에 상가마다 소화기를 1개 이상 갖추고 잘 보이는 곳에 둬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처벌 기준인 ‘고의성’ 판단이 어려워 단속이 쉽지 않다”며 “관리 사무소나 상가 번영회를 통해 자발적으로 인식을 계도시키는 게 현실적일 거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장은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