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새별오름 / 임애월
2023년 09월 10일(일) 19:46
임애월
단내 품은 햇살에선
잘 익은 풀 향기가 났다
설핏한 섬바람 타는
새별오름 민둥산에
첫눈처럼 소복소복 삐비꽃 부풀고
극단조로 번지는 뻐꾸기 울음
거대한 몸 비트는
먼 바다 해조음에
아직도 모항의 불빛을
기다리는 누이야
꺼지지 않는 그리운 노래들
섬 기슭 기어올라 새벽별로 돋는다
(시집 ‘나비의 시간’, 문학과사람, 2023.)

[시의 눈]

이태 전에 송도섬으로 누이 묘를 옮겼더랬지요. 고요한 곳을 소망하던 누이의 바람 때문이었네요. 해 저무는 바다의 솔향을 좋아해 오래 수소문해 찾은 곳이랍니다. 뱃고동 우는 항구의 어디든 누이는 ‘사우’(思友)를 잘 부르곤 했지요. 아옹다옹 다투는 이곳 아파트에도 바람이 불면, 그 노래가 옆에 들리는 듯도 해 난 그만 숙연해집니다. 그녀가 잠든 뭉게구름 언덕엔 지금 삐비꽃 무데가 한껏 부풀었겠군요. 소나무와 갈참나무, 오리나무의 틈새로 오선지인양 점곡해 가는 두 뻐꾸기소리가 선후창을 해 댑니다. 누이를 누인 섬 기슭을 데불고 와 뒷산 자락에다 다시 눕힐 듯하는 그 저녁나절입니다. 오늘 밤엔, 그니의 새별을 좀 만날까, 난 일찍 책을 덮고 스텐드를 내리려 해요. 새별오름 따라 맴도는 어머니의 옛 치성을 따라가 보고 싶네요. 임애월 시인은 제주의 애월에서 나 1998년 ‘한국시학’으로 등단했고, 시집 ‘정박 혹은 출항’(2005), ‘그리운 것들은 강 건너에 있다’(2019)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현재 경북 상주에 정착해 과원에서의 보람을 돈이 아닌 시로 환산해 내는 천상 전원지기입니다. <노창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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