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에 군용 헬기·장갑차…무슨 일? 광주시, 전시 위해 2개월여 전 경기도 양평 군부대서 가져와 5·18 자유공원 예정 ‘트라우마’ 등에 무산…19일 의견 수렴 안재영 기자

2023년 09월 10일(일) 20:30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투입됐던 것과 같은 모델의 헬기와 장갑차 등 군 장비들이 광주 상무지구 5·18교육관 뒤편 주차장에 펜스로 둘러 쌓인 채 보관돼 있다./김애리 기자

광주 도심에 헬기와 장갑차 등이 2개월 넘게 놓여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6월24일 경기도 양평군 소재 한 군부대에서 헬기 1대·전차 1대·장갑차 3대를 가져와 5·18교육관 뒤편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해당 장비들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것들과 같은 모델로, 폐기를 앞둔 상태였다.

이 사실을 옛 전남도청 복원협의회가 알고 광주시에 이전 및 전시를 제안했으며 시는 9천만원을 들여 운송 업체를 통해 장비를 옮겨왔다.

당초 이 장비들은 서구 치평동 5·18 자유공원 내에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시민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와 무산됐다.

이에 광주시는 오는 19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활용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다만, 일정 예산을 들여 장비를 가져왔음에도 두 달이 넘도록 ‘보관’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에 전시 장소 및 방안 등의 계획이 충분히 수립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주민은 “집 근처에 군장비가 놓여 있어 깜짝 놀랐다”며 “공사 안내문을 보고 사업에 사용된다는 내용을 알았지만, 헬기와 장갑차 등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에 둔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 전시사업’ 예산은 지난해 12월 열린 민주인권평화국 본예산 심사에서 전액 삭감된 바 있다.

당시 정다은 시의원은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며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 전시사업은 5·18 유공자와 각계 전문가, 시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