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여행사 멤버십 해지 요구에 “1년 뒤 환급…” 매월 소액 납부·만기땐 100% 환급 등 가입 권유 지방마다 지부 형식 운영…광주서도 피해자 발생 장은정 인턴기자

2023년 09월 12일(화) 20:34

이미지=아이클릭아트

#광주 동구에 사는 A(61·여)씨는 4년 전께 지인을 통해 후불제 여행사를 알게 됐다. 여행사 직원은 매월 일정 금액만 납부하면 큰 금액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나라로 여행을 갈 수 있고 만기 시에는 100% 환급도 가능하다며 A씨에게 가입을 권유했다. 이에 A씨는 50회가량 금액을 납부했고 코타키나발루 여행을 문의했으나, 여행사 측은 자신들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동남아·일본 등으로만 여행 갈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부모님 환갑 여행을 위해 후불제 여행사에 가입했던 B(32)씨는 2019년 자유여행 상품에 중복으로 가입한 후 총 48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납부했다. B씨는 부모님 환갑에 맞춰 여행을 계획했지만, 원하는 여행지를 선택할 수 없었고 결국 여행을 포기한 B씨는 여행사 측에 즉시 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여행사는 회사 내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환급금을 줄 수 없다며 1년 뒤에 환급금을 지불하겠다고 답했다.

후불제 여행사가 가입 조건과 다른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환급 요구 시 회사 재정 상태를 핑계 삼아 지급 기한을 1년 뒤로 미루는 등의 행태를 보여 가입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마다 지부를 두고 전국 단위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C 회사는 단계를 거쳐 판매원이 거래에 참여하는 일명 ‘다단계 형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회원 수를 늘려왔고 광주에서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할부거래법상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는 선불식 할부계약이 해제된 경우 해제된 날부터 영업일 3일 이내에 이미 지급받은 대금에서 위약금을 뺀 금액을 소비자에게 환급해야 한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자가 환급을 지연한 때에는 그 지연기간에 따라 지연배상금을 함께 환급해야 한다.

하지만 C 회사는 이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고객들에게 코로나19로 악화된 회사 재정 상황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환급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또 고객들에게 가입 전 원하는 나라로 자유여행을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이 또한 허위사실로 밝혀졌다.

C 회사 관계자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 당장 환급을 해줄 수 없다”며 “고객 입장에서 답답한 건 알지만 코로나로 중소 여행사들이 다들 힘들어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회사가 어렵다는 말이 언제든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말로 들려 불안하다”며 “기존 고객들에게 먼저 환급금을 돌려주고 정당한 사과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 2월 25년 업력의 중소 후불제 여행사의 영업 중단으로 인해 6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계약 해제에 따른 대금 환급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업체와 연락이 두절 됐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한국소비자원은 전했다.

특히 해당 업체의 계약 해제 통보 이후에도 여전히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한 여행 예약과 결제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돼 영업 중단 이전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 분들이 좀 더 빠르게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다. 하지만 업체 측에 권고만 할 수 있는 입장이다”며 “각 자치구에서 법적인 부분의 제재 및 처벌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 상품 가입 시 사전에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해당 여행사의 영업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며 “후불제 여행사처럼 선결제를 할 때는 신용카드로 결제할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장은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