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단체별 주장만 엇갈린 ‘5·18 대토론회’ “변화 필요” 공감대 불구 기념행사 접근 방식 ‘중구난방’ 5월 단체 “우리가 주관” vs 시민사회 “당사자주의 과도” 안재영 기자

2023년 09월 13일(수) 20:43

5·18 관련 단체·기관 등 각자가 생각하는 ‘오월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나누는 공론장이 마련됐지만 단체들이 각자의 주장만 쏟아내며 근본 해법 찾기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앞두고 기념행사가 발전하기 위해선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향후 논의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13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다목적 강당에서는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주관 토론회 ‘오월의 대화’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5월 공법 3단체(5·18민주화운동 부상자·공로자·유족회)와 5·18 기념재단,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등 5·18 관련 단체·기관과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은 1부 ‘우리가 생각하는 오월 문제’와 2부 ‘5·18 기념행사 평가 및 발전 방안’으로 나눠 진행됐다.

‘오월 문제’에 대해 대책위는 “과도한 당사자주의로 인해 5월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추락했다”며 “시민 토론회 등 지속적인 공론장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기념재단은 “현재 여러 단체에 나눠 소속된 5·18 관련자들은 과거 함께 투쟁했던 이들”이라며 “소속이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생각을 말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로자회는 “5·18 사적지 24호인 망월동 구묘역은 ‘민족민주열사묘역’으로 불려서도, 원형이 훼손되서도 안된다”며 구묘역 성역화 사업의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어진 시민 질의에선 ‘2·19 대국민 선언식’과 ‘성역화 사업이 원형 훼손과 무슨 상관이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공로자회는 “민족민주열사들은 별도 묘역을 통해 기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특전사회와의 행사는 화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납득하지 못한 시민들의 반발과 추가 질의가 쏟아지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자 정다은 광주시의원은 “원활한 토론을 위해 특전사 동지회와 민주묘지 문제는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5·18기념행사 평가·발전 방안에 대해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공법 3단체 주관을, 행사위와 대책위는 단체·기관별 역할 분담을, 기념재단은 전문성 강화를 촉구하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후 참석자들이 1·2부 안건에 대해 각자 의견을 제출하는 것으로 토론회는 끝이 났다.

그러나 행사가 ‘오월의 대화’였음에도 특정 주제에 대한 언급이 제한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 여러 단체가 한 자리에 모인 토론회였지만 의견이 활발히 오가기 보단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발언대’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참석자는 “각기 다른 입장을 보여왔던 5·18 관련 기관·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 것 자체는 고무적”이라며 “공론장을 통해 시민과 단체들의 뜻이 모이고 발전된다면 산적한 오월 문제와 과제들이 모두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