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넘어 5·18 그날의 기억을 전하다 <‘소리 없는 목소리’展 중간보고회> 내달 5일-26일 5·18기념문화센터서 전시 한강 ‘소년이 온다’ 기반 문학적 성찰 도입 오월 어머니 6명 낭독…광주 이미지 영상도 최명진 기자

2023년 09월 14일(목) 19:43

‘꽃 핀 쪽으로’ 스틸컷

“네가 나한테 한번 와준 것인디, 지나가는
모습이라도 한번 보여줄라고 온 것인디,
늙은 내가 너를 놓쳐버렸어야….”

국가에 의해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받은 이들의 간절한 외침이 전시로 펼쳐진다.

갤러리 포도나무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 개요 및 촬영계획에 대한 중간보고회를 개최했다.

지난 6일 갤러리 포도나무에서 열린 전시 ‘소리 없는 목소리’ 중간보고회 모습.

다음달 5일부터 26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의 문학적 성찰에 주목한다.

심혜정 영화감독을 주축으로 김홍빈 작가와 정기현 작가가 전반적인 영상 작업에 참여했으며, 전시 기획은 정현주 갤러리 포도나무 관장과 독일에서 활동 중인 유재현 기획자가 맡았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5·18 당시의 일을 담담하게 말하는 다중 화자가 등장해 마음 깊은 곳의 고통과 상처를 드러내며 개인과 공동체의 아픔을 깊이 애도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훼손되지 않아야 할 기억의 책무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전시에는 6명의 오월 어머니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자신의 아들을 직접 손으로 묻은 동호 엄마의 독백을 담고 있는 제6장을 낭독한다. 어머니들의 낭독 장면과 함께 죽은 소년 시점에서의 광주 이미지를 엮어낸 영상 ‘꽃 핀 쪽으로’를 상영한다.

전시는 크게 세 파트로 이뤄졌다. 먼저, 오월 어머니들의 낭독과 그들의 회상이 작가들에 의해 아카이브됐다. 이 영상들은 멀터미디어 3채널 형식으로 전시장에서 상영된다.

다음은 관객 참여다. 시민들은 전시장에 마련된 아날로그 형식 카세트 테이프를 통해 제1장을 낭독하고 이를 녹음한다. 녹음본은 전시에 포함되며, 이후 다른 관객들과도 공유할 수 있다.

마지막은 작가와의 대화로, 5·18의 기억을 훼손하려는 시도에 대항하면서 잊지 않으려는 모든 실행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다.

유재현 기획자는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는 기억들을 숨기지 않고 내보이면서 예술문화로 승화시키는 작업의 일환이다”며 “문학 작품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관객 참여형 전시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영상에 다양한 씬과 장소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정기현 작가는 “한강 작가의 텍스트를 바탕으로 당시 아픔을 겪었던 어머니들의 시각에서 5·18을 다뤘다”며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었고 아픔을 되새기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머니들이 실제로 작업에 참여한 이후 무언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했다. 저희 작가들도 여기에 함께 몰입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정현주 관장은 “이번 전시는 오월 어머니들의 실제 경험과 한강 작가의 서사가 현재 시점에서 영상을 통해 두 개의 층으로 포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문학적 성찰을 전시에 도입해 지역민들과 소통하고자 했다. 5·18의 기억이 젊은 관객들에게 현대적 의미로 수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