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웅의 캔버스 산책]영산강 350리(3)

2023년 09월 17일(일) 19:18

‘광주천 세탁소’

무등산의 젖줄로 이뤄진 광주천은 장불제 골짜기인 샘골에서 발원한다.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어느 악기의 음률보다 아름답다. ‘좔좔좔’ 소리를 내며 흐르다가 계곡 아래선 힘찬 폭포소리로 돌변한다.

여기 용추 폭포에서 잠시 쉬어가는 데 숲 사이로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하늘만 보인다, 어릴 적 동네 어르신을 따라 왔었던 무등산의 민둥산과 너무 달라진 숲속이 한없이 아름답다, 나의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으며 남서류하다, 큰골 작은골을 수없이 만난다.

제2수원지를 지나 방죽 밑 골을 따라 가는데 무성이골, 이박골, 납자골, 고래실골 등 많은 골의 물을 보태어지며 화순 너릿재 물과 만난다, 아름다운 애지골, 통골, 탑골, 원골 등 많은 골들의 이름도 모습도 이젠 찾을 길 없다. 아파트가 세워지고 천이 복개되어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선화된 천을 따라 한참 걷는다. 새인봉과 중머리재 골짜기인 신림 골에서 발원해 증심사 쪽에서 흐르는 물과 합류해 계속 흘러 홍림교(속칭 배고픈다리)를 지난다.

증심사 천과 합류 물이 제법 많아지면서 북서쪽으로 광주 시내를 관통하는데 학강교·양림교·광주대교를 지나 양동 복개상가에 이른다,

복개구간을 마치고 발산교 부근의 옛날 뽕뽕다리 근처에 이른다. 어린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는 모습과 큰 드럼통에 장작불로 삶아서 빨래하는 옛날식 세탁소가 있었던 옛 생각에 한참이나 머무른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는 동안 북구 각화동에서 발원해 흐르는 서방천과 합류돼 계속 서류하다가 상무동 주위를 크게 돌아 남쪽으로 흘러 영산강 본류와 만난다, 다음은 지석강을 찾아 나설까 한다.

<영산강에서 화가 노의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