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떨어진 꽃 / 시 - 김종열

2023년 09월 18일(월) 19:36

월산공원 오솔길의 백일홍에
뚝뚝 떨어졌던 꽃잎들이
붉은 태양을 품고 찾아와 달라붙기 시작한다.
몽실몽실 붉은 백일홍을 바라보며
뙤약볕 들녘에서 일하던 농군들
미소 머금으며 힘을 얻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루한 장마 끝난 월산공원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매미들 구성지게 케이 팝 떼 창 하고
파란 하늘 아래
고추잠자리들 장단 맞추어 춤을 춘다.
춤추며 노래 부른 매미와 고추잠자리 따라
고픈 배 쥐어 잡고 노래 부르며 춤 추는 농군들이
살았던 그 시절 아는 사람 얼마나 될까?

월산공원에 피었다 떨어진
살구, 앵두, 도토리, 매화, 벚꽃잎에
새 생명의 씨앗 숨어 산다.

남태평양에서 찾아온 바람에
하얀 벼꽃이 사그락사그락 떨어진다.
몽실몽실 붉은 백일홍 바라보며
나주벌판 나락들 누렇게 영글어 간다.

※ 나락 : 벼의 방언

<김종열 약력>
▲문학공간 등단
▲광주문인협회 이사
▲문학지교 동행 공동대표
▲전 월산5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