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희경루’ 姜시장 서체 현판 ‘논란’ 姜시장 글씨 토대 한글 현판 제작…‘강기정인’ 낙관도 ‘치적용’ 우려 지적에 광주시 “최초 계획 포함된 사안” 박선강 기자

2023년 09월 19일(화) 20:51

‘광주 대표 누각’ 복원 전라도 정도(定都) 천년을 기념해 157년 만에 다시 지어진 조선시대 목조 건축물 광주 대표 누각인 ‘희경루(喜慶樓)’ 복원공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새로 설치된 현판 2개 중 1개가 한글로 제작됐는데 서체가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접 쓴 글씨여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애리 기자

광주지역 대표 누각인 희경루(喜慶樓) 복원 공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새로 설치된 현판을 놓고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판 2개 중 1개가 한글로 제작됐는데 한글 현판에 사용된 ‘희경루’ 서체가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접 쓴 글씨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20일 남구 구동에 자리한 희경루에서 중건 기념식이 열린다. 157년 만에 복원된 희경루는 전라도 정도(定都) 천년을 기념해 2018년부터 정면 5칸, 측면 4칸, 팔작지붕, 중층누각 형태로 중건 사업이 이뤄졌다. 복원 공사에는 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희경루에 새로 설치된 현판은 총 2개다. 정면에 위치한 현판은 한자, 배면(뒤쪽)에 걸린 현판은 한글로 각각 제작됐다.

한자로 제작된 현판은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보관 중인 ‘조선왕조실록 영인본’을 집자했다. 희경루의 ‘희(喜)’, ‘경(慶)’은 문종 즉위년 경무 3월 222쪽, ‘루(樓)’는 문종 즉위년 경무 8월 268쪽을 집자해 완성됐다.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한글로 만들어진 현판이다.

희경루건립자문위원회가 지난해 9월 ‘과거에 지방관이 직접 쓴 사례 등을 고려해 현직 지방관(현 광주시장)이 글씨를 쓰는 것이 타당하다. 광주목 복호에 노력한 필문 이선제 선생 문중과 상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자문위원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광주시종합건설본부와 시공사가 현판 제작 방향을 결정해줄 것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전달받은 강기정 시장이 부담감을 표했으며 “희경루와 관계있는 인물을 더 조사해달라”고 지시했다는 게 광주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자문위원회가 ‘현 시장이 현판 글씨를 쓰는 것이 보편 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필문 이선제 선생의 후손인 이남진 서예가의 지도를 받아 올해 2-3월께 강 시장이 직접 ‘희경루’ 글씨를 썼다. 이를 토대로 시공사가 한글 현판을 제작했다.

또한 한글 현판의 오른쪽 끝에 있는 ‘광주광역시장인’, ‘강기정인’ 등 2개의 낙관 역시 이남진 서예가가 ‘낙관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반영했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직 시장의 글씨를 현판에 사용한 것은 ‘치적 내세우기용’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시기가 그런 것일 뿐 시장 글씨를 현판에 사용하는 것은 최초 계획부터 있었던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건 사업이 시작된 2018년에 한국 서예계의 큰 어른인 학정 이돈흥 선생에게 현판 글씨를 맡기려고 계획도 했지만 2020년 작고해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판 제작 관련 내용을 결정한 시기는 지난해 9월로 강기정 시장이 이미 임기를 시작한 때였으며, 만약 지난해 상반기에 결정됐다면 전임 시장이 판단했을 내용이지 않겠느냐”며 “누구의 업적이라기 보단 누적된 결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강 시장의 광주 문화 원류에 대한 관심과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