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풍전등화 위기’…신임 수장 과제 산적 자구안·전기요금 정상화 등 주요 현안 해결 시험대 임채만 기자·연합뉴스 |
| 2023년 09월 20일(수) 2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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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한전의 자구 노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어서 첫 정치인 출신의 새 수장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한전을 구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역대급 부채…전력산업 생태계 붕괴 위기
한전 총부채는 약 201조원. 국가 연간 예산의 30% 수준이고 GDP 10% 규모의 막대한 금액이다.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빚이 많다. 2021년 이후에만 47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봤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한 것에 따른 것으로 기인된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를 보면 올해 말 한전 부채는 205조8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한전은 오는 2027년 226조3천억원의 부채를 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자 비용도 지난해 2조8천185억원에서 올해 4조4천억원까지 대폭 불어날 전망이다.
사채발행도 한계에 이르러 부실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협력업체 연쇄도산과 전력산업 생태계 붕괴마저 우려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 정부 신중 검토…국제유가 변수
고유가·고환율로 한국전력의 재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전기요금을 추가로 올리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관계 당국이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협의 중”이라며 “(인상 시) 시기 및 폭 관련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이 오른 만큼 최근까지 정부 안에서는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추가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했다. 실제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 이후 한전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 및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당초 한전은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서 올해 원·달러 환율을 1천270원,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82.8달러로 전제했다. 이는 ‘내년 2조원대 영업이익’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현실은 한전의 ‘부정적 시나리오’에 가까운 상황이다.
환율과 에너지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각각 5%, 10% 상승한 ‘부정적 시나리오’ 상으로 올해와 내년 영업손실은 각각 9조원대, 6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부채 비율은 1천%대까지 폭증할 수 있다.
◇고강도 자구안 실행 가능할까
김 신임 사장은 취임에 앞서 한전이 공언했던 2026년까지의 자구안 실행과 비용 추가 절감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한전은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지난 5월 주요 건물 매각, 임직원 임금 반납 등 25조7천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책을 발표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은 밝지 않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주요 건물 매각이 제값을 받고 할 수 있는지 우려를 낳고 있다. 또 임금 반납 등 임직원들의 동참 노력이 얼마나 지속될 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인력감축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도 불가피해보인다. 여기에 김 사장이 취임식에 밝힌 추가 자구안이 고강도로 발표되면 이를 임직원들이 수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역대급 재무위기에 놓인 한전이 사상 초유의 ‘불황의 터널’을 뚫고 헤쳐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임채만 기자·연합뉴스
임채만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