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시장 서체 희경루 현판’ 비판 쏟아져 ●‘희경루’ 한글 현판 논란 각계 반응 학계 “건립자문위원회 의견 불구 고사했어야” 광주시의회, 공무원 ‘과잉 충성’ 지적도 제기 道학예연구관 “전남지역엔 유사 사례 없어” 참여자치21 “불가능한것 아니나 상상력 부족” 김재정·박선강 기자

2023년 09월 20일(수) 20:48

전라도 정도(定都) 천년을 기념해 157년 만에 다시 지어진 조선시대 목조 건축물 광주 대표 누각인 ‘희경루(喜慶樓)’ 복원공사가 마무리됐다. 그러나 새로 설치된 현판 2개 중 1개가 한글로 제작됐는데 서체가 강기정 광주시장이 직접 쓴 글씨여서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김애리 기자

<속보>‘광주지역 대표 누각 희경루(喜慶樓)에 새로 설치된 한글 현판이 강기정 광주시장의 서체를 바탕으로 제작돼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본보 보도(9월20일자 1면 - 복원 ‘희경루’ 姜시장 서체 현판 ‘논란’ = http://kjdaily.com/1695124268611807002 )와 관련, 지역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비판적인 시각 속에 광주시의 판단이 아쉽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학계에서는 희경루건립자문위원회의 ‘과거에 지방관이 직접 쓴 사례 등을 고려해 현직 지방관(현 광주시장)이 글씨를 쓰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 제시에도 불구하고 강 시장이 끝까지 고사했어야 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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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http://kjdaily.com/1695210492611897002

오수열 조선대학교 명예교수는 “비록 건립자문위원회에서 지역 행정 책임자인 강 시장이 현판 글씨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할 지라도, 강 시장이 ‘희경루 중건의 역사성과 의미를 더하는 방향으로 고문헌의 집자나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계 인사의 글씨로 새기는 것이 좋겠다’고 고사했다면 바람직한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대의 한 교수도 “통상 고건축 현판의 경우 현판을 썼던 기록물을 찾아 사용하거나, 적어도 광주 관련 고문헌을 통해 집자 형식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쉽게 말해 옛날에 건축이 없던 것을 새로 만들었다면 시장이 참여할 수 있겠으나 희경루는 다시 중건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광주시의회는 강 시장에 대한 공무원들의 ‘과잉 충성’에서 비롯된 오판(誤判)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심철의 의원은 “공무원들이 아부성으로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위에서) 하라고 해서 한 것일 수도 있다”며 “유명한 서예가나 작가의 서체를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성 전남도 학예연구관은 “그동안 전남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문화재 복원이 이뤄졌지만 누각 등을 복원할 때 선출직 현직 단체장의 글씨로 현판을 제작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학예연구관은 “희경루 복원의 경우 광주·전남·전북이 함께 추진한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 사업 중 하나로 광주시가 선정해 진행한 것”이라며 “희경루는 원래 자리가 아닌 새로운 자리에 중건된 것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문화재 복원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덧붙였다.

시민단체에서는 시민의 대표가 시장인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충분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시장이 시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현판을 쓰는 것은 큰 틀에서 봤을 때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기 처장은 “공무원들의 특성을 보면 시장에게 잘 보이고 싶어 계획했을 것으로도 보인다. 상상력이 부족했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라며 “이를 테면 전 연령대 층에서 대표들을 뽑아 의미있게 참여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지역 한 문화재 전문위원은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은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되살리는 데 있다”며 “조선왕조실록 영인본 한자를 집자해 제작한 현판만 설치하고 표지석 등을 통해 광주시의 역할 등을 담아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정·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