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12억대 전세 사기’…7가구 피해 대학생·신혼부부 등…우울증·공황 장애 시달려 안재영 기자

2023년 09월 20일(수) 20:48

광주 광산구 한 빌라에서 12억원대 전세 사기가 발생, 7가구의 피해자들이 우울증과 공황 장애, 수면 장애 등 심각한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는 20일 “지난 5월부터 전세사기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한 결과, 광주 광산구 A 빌라에서 12억원대 전세 사기가 발생해 7가구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해당 7가구 중 5가구는 홀로 사는 20-30대 사회 초년생들로 대부분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로 1억원 안팎의 보증금을 마련, A 빌라에 입주했다.

그러나 당초 입주 계약을 맺은 건물주가 다른 이에게 건물을 넘기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세입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A 빌라에 거주했던 김모(34)씨는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광주 첨단산단 내 향수회사에 재취업해 어릴적부터 꿈꿔온 ‘조향사’로 새 인생을 시작해보려던 찰나에 사기를 당했다.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매월 원금 200만원과 60만원의 이자를 납부하기 위해 주말에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산경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며, 주모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A 빌라 전세 사기에 대해 천정배 호남100년살림센터이사장은 “허점이 많은 법과 제도가 방치돼 피해가 집중 발생한 사회적 재난의 전형”이라며 “정부는 뒤늦게나마 이뤄진 보완 입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광주시는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 치료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