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선민정 초대전 ‘생존기 生存記’ 무한한 흐름과 순환…찰나의 기록을 담다 자연과 인간, 공존·공생을 향한 쉼없는 질문 생존에 관한 불안감…자전적 이야기 담아내 최명진 기자

2023년 09월 24일(일) 19:14

‘Crop_상처는 많지만 죽진 않습니다’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모색하다.’

지난해 제23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선민정 작가의 초대전 ‘생존기 生存記’가 다음달 9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생존기’는 신진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의미한다.

작가는 어느 날 문득 공동체 속 자신과 작품의 생존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를 이겨내기 위한 기록을 담은 그림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유년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정원의 식물과 그 안에서 공생하는 생명체들을 자연스럽게 작품 모델로 삼게 됐다는 작가는 자연의 모습 중에서도 식물의 다양한 형상에 집중한다.

생성-성장-소멸의 순환을 반복하는 자연 생명력을 담아낸 작가의 화폭은 평론가들로부터 ‘꿈틀대는 생명력’, ‘역동적인 자연’과 같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어낸다.

심사 당시 작가의 그림은 ‘자신의 감각과 내용에 맞춰 적절한 재료를 찾아 재현과 기호적 패턴을 혼성, 식물계의 복잡성을 해석해내고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순환을 보여주려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바탕으로 주제 의식을 드러내며 자신만의 화풍을 펼쳐보인다. 종이에 스며든 안료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색채와 실제 식물이 그러하듯 무작위적인 듯하면서도 패턴을 이루는 듯한 곡선들로 이뤄진 화면은 얇은 종이 너머 그 끝을 알 수 없는 숲이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기존의 ‘기호의 숲’ 연작이 한 발짝 떨어져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의 모습이었다면, 이번 전시작들은 식물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각 식물이 갖는 고유한 특성을 디테일하게 담아냈다.

‘작은 기호의 숲’

작가는 “자연은 인간이 나고 자라는 순환의 고리로서 생명력 그 자체이자 아주 극미한 것과 무한한 것의 연결을 담고 있는 작은 우주다”고 이야기한다.

광주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끊임없는 매체, 형식 실험과 주제의식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작가의 주제의식을 함께 사유하고 감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