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통시장 추석 앞두고 ‘모처럼 활기’ 과일 등 제수용품 판매점 ‘북적’…수산물 구매 ‘조심’ 상인 “손님 많아도 사는 양은 적어” 못내 아쉬워해 안태호 기자

2023년 09월 24일(일) 21:12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닷새 앞둔 24일 오전 광주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이 명절 대목을 맞아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김애리 기자

“원산지 표시 꼼꼼하게 작성해뒀으니 확인하시고 안전한 추석 맞이하세요.”

24일 오전 광주 대표 전통시장 말바우시장. 추석 연휴 나흘을 앞두고 장날을 맞은 시장 안팎은 명절 준비 등을 위해 방문한 시민들로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장바구니를 들거나 손수레를 끄는 손님들은 좌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안전하고 좋은 음식을 사기 위해 매의 눈(?)으로 원산지·품질 등을 꼼꼼히 살폈다.

각양각색의 점포 중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장 몰린 곳은 과일 등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시민들은 진열된 사과와 배를 보며 조금이라도 상하거나 찍힌 부분은 없는 지 자세히 보고 또 봤다.

장모(67)씨는 “요즘 사과와 배 등 과일 값이 너무 오른 것 같다”며 “그래도 잘 골라 차례상에는 좋은 것을 올리고 가족들과 먹을 것은 조금 싼 것을 사려 한다”고 말했다.

같은 제수용품이지만, 수산물 코너를 찾은 시민들에게선 최근 있었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탓인지 한껏 조심스러움이 느껴졌다.

상인들도 이를 인식한 듯 원산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큼지막하게 써놨다.

갈치·꽃게·명태 등을 팔던 한 상인은 “안전성 검사를 모두 마친 생선”이라며 열정적으로 호객 행위를 하기도 했다.

이를 보며 김모(60·여)씨는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을 먹는 게 꺼려졌지만 그래도 추석 차례상에 생선을 빠트릴 수 없어 하나 사려 한다”면서도 “그래도 생물(生物)은 꺼림칙해 언 동태를 살까 한다”고 말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이 모처럼 북적이며 활기를 보였지만, 상인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물가가 많이 올라 손님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데다, ‘오염수 방류’라는 악재까지 겹쳐 예전의 명절 대목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기 때문이다.

과일 장사를 하는 상인 권모(55)씨는 “가격을 듣고 너무 비싸다며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대다수”라며 “‘시장 인심’을 기대하고 오는 손님들에게 덤으로 무언가를 드리지 못하고, 가격을 깎아드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또 다른 상인 최모(38)씨는 “예전에는 명절 대목과 장날이 겹치면 정말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며 “썰렁한 평일에 비하면 오늘은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사는 양을 보면 예전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