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회화’ 시대를 넘어 ‘오늘’과 호흡하다

‘추상을 잇다-김보현과 추상작가 6인전’…오는 11월24일까지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

최명진 기자
2023년 09월 25일(월) 19:23
백미리내作 ‘하늘’
김보현 화백의 추상을 이어가는 후대 추상작가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선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은 오는 11월24일까지 ‘추상을 잇다-김보현과 추상작가 6인전’을 개최한다.

한국 추상회화 1세대 대가인 김 화백의 작품과 현존하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공간에 선보임으로써 지역 출신의 역량 있는 추상작가들을 발굴하고 창작 의욕을 고취시키고자 마련된 전시다.

김 화백의 작품들은 다른 어떤 작가들보다도 추상회화가 줄 수 있는 두 가지 매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마치 낙서하듯 큰 붓을 사용해 빠르고 즉흥적으로 캔버스에 칠하거나 흘러내려 얼룩지게 함으로써 내면의 고통과 자유를 향한 외침을 느끼게 만든다.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붓질은 내면의 고통과 환희의 흔적이 된다.

다음으로 1980년대 이후 그의 작품은 순수하고 화려한 화면 속 상징적인 형상이 율동적으로 배열됨으로써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빠지도록 한다. 그가 희망했던 비가시적 세상은 작가 자신만의 형태와 색채로 화려하게 나타난다.

전시는 ‘수행적 행위’와 ‘자연의 미적 전유’ 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선보인다.

먼저 본인의 내적 자아에 대한 감정, 혹은 내면의 에너지를 캔버스에 그려나가는 백미리내, 송유미, 장승호 작가의 작품은 ‘수행적 행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승호作 ‘see 1265’

백미리내 작품은 먹의 흩날림이 주를 이룬다. 동그란 형체를 이루고 이 형체가 또다시 흩날리는 반복적인 형태로 구성된다. 자신의 존재에 끊임없이 질문하며 이러한 질문의 답을 자연 순환 과정에서 찾아보려 한다.

송유미 작가는 연필 또는 색연필의 여리고 가는 선으로 드로잉 작업을 반복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멈춘다. 작가는 결과보다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선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역동적인 순간을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장승호 작품에서는 과감한 붓의 움직임과 넘치는 에너지가 그대로 표현된다. 순간의 감정과 호흡으로 추상작품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색과 붓의 터치가 서로 뒤섞인다. 화면 속 풍경은 자연에 대한 관조적 태도로 일상의 풍경과 맞닿아 있다.

다음으로 ‘자연의 미적 전유’에서는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 환경 등 무수한 대상을 관찰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윤준성, 정강임, 정명숙의 작품을 선보인다.

윤준성 작가는 비슷한 형태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로 이뤄진 작은 조각들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는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환경에 의해 변화하고 쌓여가는 자신의 빛깔을 보여준다.

정강임 작가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느껴지는 ‘나’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캔버스에 마티에르 기법으로 물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여기에서는 음률이 느껴지며 자연에 의한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정강임作 ‘존재들’

자연이 주는 순리를 받아들이며 활동 중인 정명숙 작가는 삶과 감정의 흔적을 캔버스에 모내기하듯 그려 나간다. 땅은 종이가 되고, 잎사귀는 색이 된다. 작품에 겹겹이 올라가는 종이와 색의 조합은 화면 속 일렁이는 효과를 극대화한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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