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에서 마을자치로 / 이용연
2023년 09월 25일(월) 19:41
이용연 마을자치연구소 대표·광주마을학교 교장
주민자치 시행 20년을 맞아, 주민자치를 마을자치로 확장 전환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의 두 요소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는 강력한 중앙정부 중심의 단체자치로 기울어진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도 마을 현장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와 열정으로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통해 지방자치의 정착과 성장을 이뤄왔다.

단체자치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권력적 관계에 중점을 둔다면, 주민자치는 지방정부와 주민 간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특히 주민들이 시·군·구 기초자치단체와 함께 생활 현장의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토론하고 참여해 자발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풀뿌리 권력을 직접 행사하고, 마을의 성장과 변화를 직접 체험하고 실천한다는 점에서 주민의 참여 욕구를 강화하고 성취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강점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주민자치는 제도화 정도나 정부의 관심 수준을 크게 뛰어넘어 급성장해 왔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입김과 정치적 편향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 왔고, 현 윤석열정부에서는 극한 지점에 달해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극복하는 것이 주민자치 제도화의 바른 길이다. 다만 지역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고 당장 실천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서 주민자치와 마을만들기의 혁신과 마을자치로의 전환 확장이 요구된다.

마을은 주민들의 일상의 삶이 이뤄지는 모듬살이 터전으로 전통적으로는 자연취락이나 동네를 일컬었다. 그러나 현대 도시화된 지방행정체제에서는 읍·면·동을 마을로 이해하고, 일선행정의 최소단위이자 주민자치의 현장으로 설정했다. 시·군·구를 기초자치단체로 제도화한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라 읍·면동은 자치적 자율성을 가지지 못한 채, 시·군·구 행정의 단순한 지원 보조기구로 한정돼 왔다.

시·군·구 자치는 기초자치구역의 광역화로 규모의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했으나, 주민들의 참여와 자치 역량을 키워가기에는 너무 넓고 멀어 주민참여를 형식화하고, 주민자치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읍·면·동을 마을자치의 중심에 세워 주민의 자치와 참여의 기회와 자율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마을자치는 주민 주체성과 마을 현지성을 강화해 자치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고, 참여의 즐거움을 맨눈으로 확인하도록 한다. 주민자치의 주체인 주민이 마을자치에서는 바로 옆집 이웃 사촌으로 살갑게 다가온다. 주민자치에서 ‘동원된 참여’라고 지적됐던 형식적 거버넌스는 내가 동네 사람들과 함께 풀어가야만 하는 ‘우리 마을 일’이 된다. 마을자치는 결정해야 할 권한과 책임을 주민 손에 들려주어, 즐거움과 함께 무게와 신중함을 더 한다. 내가 낸 세금이 나와 우리 마을을 위해 쓰여지는 것을 확인하고, 납세의 가치와 절세의 지혜를 고민하게도 한다. 마을자치는 직접 참여와 대면적 관계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토론과 설득, 이해와 협력의 기회를 넓게 열어 갈 수 있다.

그래서 단체자치에서 주민자치로, 주민자치에서 마을자치로 확대 전환해 가야 한다. 특히 마을자치의 강화는 중단된 자치분권 2.0에서 그 비전과 방향을 이미 제시했듯이, 지방자치의 수준과 역량을 크게 확장하고, 지역혁신의 든든한 주춧돌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차원에서라도, 마을자치 관련 입법과 정책들의 제도적 틀을 손질하고, 시·군·구의 권한과 기능을 마을정부 수준으로 읍면동에 위임 위탁하며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마을자치의 핵심인 주민과 주민자치회의 자치 역량을 축적하고, 마을조직들을 연대와 협력의 체계로 묶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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