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의 '작은 학교이야기']작은 학교의 분주했던 한가위 맞이

2023년 10월 03일(화) 19:10

고흥점암중앙중학교장

한가위 황금연휴 시작을 앞두고 학교는 부산했다. 엿새는 그야말로 선물같은 단기 방학이다. 우리가 직접 대면하지는 않지만 그 기간 동안 반드시 찾아올 손님 맞이를 위해 학교는 연휴 직전 매우 부산했다. 체육선생님과 시설주무관님은 객지에서 고향에 내려온 동문들이 학교를 찾을 것이라며 매일매일 쑥쑥 커버리는 운동장의 잡초를 제거했다. 또 50년의 세월을 담은 청가시나무 아래 쉴 자리도 마련했다. 교무행정사선생님은 오랜만에 찾아 올 동문과 무시로 드나드는 지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학교 밖 게시판에 10월에 갈 국외체험연수 등이 담긴, 교육활동 계획을 붙여뒀다. 영어선생님과 원어민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치자물을 내고 솔가지를 꺾어 송편을 빚었고 학생부장선생님도 아이들의 안전한 단기 방학을 위해 단도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사실 안전교육 시간은 의례적이기 십상이고 재미없는데 이리 흥미진진하다니 준비한 선생님의 정성에 가슴 뜨거워진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집으로 돌아간 후 비어있으리라 생각했던 도서실에서 OO군의 어머님과 국어선생님이 긴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OO군은 생각이 깊은 아이다. 그리고 창의적인 OO군의 가슴 속 고래는 국어과 김선생님이다. 아마도 아이가 존경하는 국어선생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러 온 것이리라. 고흥군학부모연합회장을 역임했던 OO군의 어머님은 OO군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자신도 국어수업을 청강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한다. 사실 필자도 도서실에서 음악실, 다목적실로 이어지는 복도에 아이들의 내면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 아이들의 수업활동물들을 보면서 이런 수업을 매일 듣는 우리아이들이 부러워 OO군 어머님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OO군 어머님은 더불어 체육선생님과 국어선생님이 OO군의 형, 누나를 지도해 주셨다며 다른 학교에 계시다가 다시 우리학교로 돌아와서 막내를 가르쳐 주니 감사할 뿐이라고 전한다. 교사가 다시 돌아오고 싶은 학교, 교사를 깊이 존경하는 학부모, 시골 작은학교의 명절맞이에 마지막으로 학부모가 와서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적잖은 가치를 창출해내는 곳이 지역에 소재한 학교들이다. 각자 역할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데 연대하여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2학기 고흥교육지원청은 작은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학교는 사회과 선생님이 주도하여 인근 작은학교를 모아 지역알기 프로젝트 공동 수업을 진행했다. 선천적으로 밝게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구김살 없는 우리 아이들은 어김없이 각 팀의 리더와 팀원이 돼 다른학교 아이들과 협력하면서 흥미진진하게 공부하더라고 사회과 선생님은 전한다.

고흥은 이순신장군이 우수영으로 가기 전 군사를 모으고 훈련하며 발포를 시험하고 항전을 준비 했던 곳으로서 명량대전에 참전한 군사들이 바로 이곳 고흥사람들이다. 아이들은 사회과 작은학교 공동수업과정에서 고흥지역민으로서 자긍심을 가졌을 것이며, 더불어 함께 학습하며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또한 공동교육 수업 속에서 우리지역의 아이들이 근현대사 속에서의 고흥지역민들이 보여 주었던 것처럼 불합리하고 모순된 현실에도 눈돌리지 않고 고통받는 타인에게, 모두의 행복을 위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명절 때면 회귀하는 연어처럼 우리사회 구성원은 고향을 찾는다. 우리 학교 동문들도 어김없이 학교를 찾아 그들이 심었던 나무를 매만졌을 것이다. 또 돌을 치워 일궈낸 흙 운동장도 거닐면서 5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을 것이다. 아이들은 긴 연휴를 끝내고 왔다. 그리고 선배들이 다녀갔고 다녀가는 동안 그들이 쓰다듬었던 모든 것에 대해 느끼고 대화할 것이다. 보이지 않은 만남 속에서 서로 공감하며 성큼 성큼 성장해갈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