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김국영·고승환, 400m 계주 ‘값진 동메달’ 합작 남자 400m 계주, 한국타이기록으로 3위…37년 만에 메달 쾌거 실전 방불 피나는 훈련으로 다진 완벽 팀워크 ‘결실’ 노승석 코치, 경기력 극대화 ‘최적 조합’ 승부수 적중 이재성 내년 광주시청 유니폼…“한국新은 광주에서” 박희중 기자

2023년 10월 04일(수) 19:55

지난 3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400ｍ 계주 결선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김국영, 고승환, 이정태, 이재성이 태극기를 펼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청 육상팀 소속 선수와 지도자가 아시안게임 남자 400m 계주에서 37년 만에 값진 동메달을 합작했다. 기록도 38초74 한국신기록 타이. 선수들의 투혼과 지도자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쾌거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육상 트랙에서 아시안게임 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를 일궈낸 주인공은 광주시청 김국영(32)과 고승환(26)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국가대표팀 단거리 지도자를 맡은 노승석 광주시청 코치도 있었다.

이정태(27·안양시청), 김국영, 이재성(22·한국체대), 고승환이 호흡을 맞춘 한국 남자 대표팀이 지난 3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주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남자 400ｍ 계주 결승에서 38초74로 3위에 올랐다.

특히 한국의 이날 기록 38초74는 2014년 한·중·일친선대회에서 오경수·조규원·김국영·여호수아가 작성한 38초74와 같은 한국타이기록이다.

남자 계주 대표팀의 빛나는 성과는 피나는 훈련과 팀워크, 국내·외를 오가며 실전을 거듭해온 결과다. 최근 기록에서 상승세를 보이더니 아시안게임에서 결실을 맺었다.

진천선수촌에서 힘든 훈련을 소화하며 호흡을 맞춘 대표팀은 그동안 실전을 위해 국내에선 고교생대회에서 번외로 뛰기도 했고, 바다를 건너 일본 대회에도 참가했다.

일본에서 열린 대회에서 38초90을 뛰더니 지난달 17일에는 국내 대회에서 38초77로 시즌베스트 기록을 만들었다.

전날 열린 아시안게임 예선에서는 38초75로 다시 기록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대망의 결승. 최근의 상승세를 보면 한국신기록도 노려볼만했다. 노승석 코치를 비롯한 대표팀 지도자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사실 대표팀에서 앵커(마지막 주자)는 가장 빠른 선수가 맡는다. 그동안 남자 100m 한국신기록 보유자인 김국영이 앵커였다. 고승환이 계주 2번째 주자를 맡아 왔다. 하지만 고승환이 이번 대회 200m에 출전하게 되면서 대표팀은 계주와 200m 동시 훈련은 힘들다고 판단했다. 2번 주자는 바통을 받고 달리다가 다시 3번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한다.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노 코치는 김국영을 2번 주자로, 고승환을 앵커로 배치했다. 그러면서 박원진(20·속초시청)에게도 앵커 역할을 맡겼다.

사실 올 시즌 계주팀 시즌 베스트 기록은 박원진이 앵커로 나섰을 때 기록이다.

그런데 결승은 달랐다. 고승환이 200m 대회를 마친 상태였다. 기록만 놓고 봤을 때도 고승환이 적격이었다. 대표팀의 목표는 한국신기록, 그리고 메달. 일단 박원진은 물론 고승환까지 5명이 모두 몸을 풀며 결승을 준비했다.

노승석 코치는 “최종 명단을 제출하기 1시간 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예선에서 뛴 박원진 대신 고승환을 출전시키기로 결정했다”면서 “계주에서 막판 가속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승부를 던졌다”고 고승환을 앵커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략은 성공이었다. 이정태, 김국영, 이재성, 고승환이 이어 달린 대표팀은 한국타이기록과 함께 37년만이자 아시안게임 역대 두 번째 남자 계주 동메달을 만들어냈다. 한국신기록이 아닌 타이기록이라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앵커로 마지막 바통을 받아 결승선을 통과했던 고승환은 3위가 확정되자 눈물을 흘렸고, 의연하게 동생들과 함께 태극기를 휘날리며 기뻐했던 김국영도 눈물을 쏟아냈다.

한국 간판 스프린터인 김국영은 지난 16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숱한 국제대회에 나섰지만 메달을 딴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라섰기에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김국영은 2010광저우, 2014인천, 2018자카르타에 이어 네번째 출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냈다.

부상으로 인해 이번 대회 남자 100m에 나서지 못한 아쉬움도 훌훌 털어냈다.

김국영은 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 당시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대신 계주 출전이 결정됐고, 동생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주며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다.

대표팀은 비가 내려 트랙이 젖은 상태에서도 예선보다 기록을 0.01초 줄여 한국 타이기록을 작성했다.

한국신기록은 아니었지만 타이기록으로 목표를 절반 이상 달성했고, 특히나 37년만에 아시안게임 메달이라는 쾌거를 거뒀다.

심재용 광주시청 감독은 “김국영과 고승환, 광주시청 선수들이 계주에서 기록을 만들어내 뿌듯하다”면서 “한국신기록도 가능했는데 정말 아쉽다. 함께 뛴 이재성이 내년에 광주시청에 입단할 예정이다. 광주에서 한국신기록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박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