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짓은 너의 침묵을 가리고 허진 작가 ‘왈츠 포 사일런스’展…14일까지 서울 아트레온갤러리 최명진 기자

2023년 10월 04일(수) 20:08

유목동물+인간-문명2023-13

운림산방의 화맥을 이으며 독창적인 현대 한국화를 선보이고 있는 허진(전남대 교수)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에서 펼쳐진다.

허진 개인전 ‘왈츠 포 사일런스 - 나의 몸짓은 너의 침묵을 가리고’가 오는 14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호 3점, 160호 3점, 100호 5점 등 대작 중심으로 총 2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주제인 ‘왈츠 포 사일런스’는 침묵 속 작가 자신의 몸부림을 나타낸다.

천지의 고요함 속에서 모든 생명과 자연이 자신의 빛깔을 나타낸다. 유목동물은 유유히 숲을 활보하고,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조용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40여 년 간 인간에 천착해온 그의 작품활동은 자연으로 이어졌고, 작가의 사유 속에서 인간과 자연 즉 동물은 하나가 돼 만난다.

‘유목동물+인간-문명’ 연작 또한 여기에서 시작된다. 우리에게 행복을 주지만 불행도 가져다주는 문명을 제외하고 자연과의 공존 문제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컬러풀한 색감과 화면을 꽉 채운 구도의 그림은 전통 회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남종화가 외적인 대상의 사실 묘사와 형상보다 내적인 뜻을 그리는 사의를 중시했던 것을 살펴보면, 그의 작품에도 그 정신이 흐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전통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러면서 또 전통에 매여있지 않으려고 한다. 줄타기하는 광대처럼 한쪽은 전통, 또 한쪽은 현대를 잡고 균형을 이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간과 자연이 처한 위기 앞에 비관이 아닌 희망으로, 인간으로서 삶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