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 예산 쥐꼬리 수준 호남 더는 용납못해

2023년 10월 05일(목) 19:54

국가 R&D(연구개발) 전체 예산 중 호남권 집행 비율이 지난해 1-3%에 불과했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대폭 삭감에 따라 고질적인 홀대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명백한 차별 행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에 따르면 지난해 R&D 예산은 25조9천717억원이 집행됐다. 호남권은 전북 9천759억, 광주 5천678억, 전남 4천108억 등 1조9천545억원을 차지했다. 비율로 따지면 각각 3.8%, 2.2%, 1.6%에 그쳤다. 반면 영남권은 5조1천30억원을 챙겼다. 호남보다 2.6배나 많다. 충청권이 9조6천370억원으로 37.1%를 점유해 두드러졌으며, 수도권이 33.4%로 그 다음이었다.

R&D 예산 편중이 연례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심각성이 크다. 반도체와 우주항공,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으로의 재편 과정에서 균형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호남권은 7%대에 갇혀 있다. 게다가 정부의 내년 예산이 대거 축소된 만큼 악화일로가 예상된다. 주요 현안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657조원 규모의 나라살림을 짜면서 R&D 분야는 25조9천억원으로 편성, 올해 31조1천억보다 16.6% 삭감했다. 국가 R&D 예산이 줄어드는 건 1991년 이후 33년 만이다. 국내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은 마당에 미래를 설계하는 비용을 깎음으로써 과학기술계를 뒤흔들고 있다. 긴축 기조를 강조하면서도 사회간접자본(SOC)은 4.6% 늘렸다. 22대 총선을 의도한 결과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호남의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심각한 푸대접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되는 사태에 직면했다. 민 의원의 의지처럼 국정감사 시즌과 국회 예산심사에서 보다 꼼꼼하게 살피고 바로잡아야 한다. 쥐꼬리 수준의 국가 R&D 지원을 용납할 수 없다. R&D 재원 10% 삭감은 연구에 투입되는 직접비 30%와 맞먹는다. 광주시와 전남도 또한 예산안 공식 확정 때까지 전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