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521) 한 가닥 머리칼 바람에 나부끼듯 동해로 흘러가네 |
| 2023년 10월 10일(화)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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濯髮淸川落未收 一莖飄向海東流(탁발청천락미수 일경표향해동류)
蓬萊仙子如相見 應笑人間有白髮(봉래선자여상견 응소인간유백발)
맑은 물 머리칼 떨어진 것 못 잡으니
한 가닥의 머리칼은 동해로 흘러가고
봉래산 신선이 보면 백발노인에 웃겠지.
길을 걷다가 냇가를 만나면 손발을 씻거나 세수를 해 기분을 반전시킨다. 그러다가 머리를 감는 탁발(?)이 훨씬 기분을 전환시키기에 좋은 점도 없지 않다. 머리를 감다 보면서 머리카락이 빠져 하염없이 떠내려가는 장면도 목격하게 된다. 내 두상에서 자라 오랜 기간을 붙이고 다녔는데 아쉬우면서도 서운한 생각이 들었을 게다. 봉래산 신선이 만약에 보게 된다면, 반드시 인간 세상에 아직 백발노인이 있음을 비웃겠지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한 가닥 머리칼 바람에 나부끼듯 동해로 흘러가네’(濯髮)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로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정치가다. 일생을 주자학 연구에 몰두한 거유로 이이의 기발이승일도설을 지지하면서 일원론적 사상을 발전시켰던 인물이다. 효종과 더불어 항상 북벌 계획을 꾀했으나 효종의 승하와 더불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맑은 개울 머리 씻다가 떨어진 머리칼을 못 잡으니 // 한 가닥 머리칼 바람에 나부끼듯이 동해로 흘러가네 // 봉래산의 신선이 만약에 잘 보게 된다면 // 반드시 인간 세상에 아직도 백발노인 있음을 웃겠지’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를 ‘머리를 감으면서’로 의역해 본다. 머리는 자주 감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지만 너무 지나친 세제를 사용한다거나 피부에 상처가 날만큼 머리를 박박 긁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점을 특히 주의하면서 머리털을 자주 세탁한다는 마음으로 감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선현들도 머리를 감으면서 이런 점에 특히 주의했지 않는가 생각된다.
시인은 개울에서 머리를 감다가 한 머리카락이 빠져 멀리 흘러 떠나가는 모습을 보는 시주머니는 마구 흔들렸을 것으로 보인다. 맑은 개울에서 머리를 씻다가 떨어진 머리칼을 잡을 수가 없어서, 한 가닥 머리칼 바람에 나부끼듯 자꾸만 동해로 흘러간다고 했다. 몸에 붙어 있는 있었던 머리카락이 멀리 동해로 흘러드는 광경에 다소는 놀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화자는 흰머리가 동해로 흘러갔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나이 지긋한 늙은이인 자기를 생각하고 있는 시상이다. 만약에 봉래산 신선이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면, 반드시 인간 세상에 아직도 백발노인이 있음을 웃어줄 것이라고 했다. 나이 지긋한 화자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이 위로 세운 시상을 만난다.<시조시인·문학평론가 (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濯髮: 머리를 씻다. 淸川: 맑은 계곡. 落: 떨어지다. 未收: 잡지 못하다. 一莖: 한 줄기. 飄: 표류하다. 向海東: (흰 머리카락이) 동해로 향하다. 流: 흘러가다. // 蓬萊: 봉래산. 仙子: 신선 ‘子’는 의미가 없음. 如相見: 서로 보는 것 같다. 應笑: 응당 웃다. 人間: 인간. 有: 있다. 白髮: 백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