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야외전시 ‘하늬풍경’, 내달 19일까지 문화전당 일대 기후위기 시대 마주한 새로운 풍경 ‘자연그대로’ 등 주제…한·중·일 작가 참여 설치·영상·업사이클링 등 다양한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10월 10일(화) 20:23

기후위기 시대 미학적 실천을 모색하는 ACC ‘하늬풍경’ 야외전시가 다음달 19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기후위기 시대 환경을 생각해 고안된 지붕 모양 건축물 ‘원심림’.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찾아왔다. 서늘하고 건조한 서쪽 바람, ‘하늬바람’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떤 감각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 눈앞에 도래한 환경파괴를 인식, 성찰하고 기후위기 시대 미학적 실천을 모색할 수 있는 야외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다음달 19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야외 일원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 ‘하늬풍경’이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 ‘인간에 의해 변해가는 풍경’,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풍경’ 세 개 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문화전당 야외 공간을 천천히 거닐며 자연스레 작품을 만날 수 있게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한국·중국·일본 예술가 그룹 총 11팀의 11개 작품을 선보인다.

하늘마당의 푸른 잔디밭을 배경으로 커다란 달 풍선이 자리잡고 있다. 중국 작가 펑 지아청의 작품 ‘달 안개’로 대기오염의 영향에 따라 달의 밝기가 변한다. 작품 자체에 미세먼지 측정기계가 달려있어 공기가 맑을수록 더욱 환하게 빛을 비춘다.

중국 작가 펑 지아청의 ‘달안개’

문화전당 북쪽 메타세콰이어 나무 아래에는 자연석 벤치와 어우러진 하얀색 의자를 만날 수 있다. 폐마스크를 활용한 김하늘 작가의 업사이클링 작품이다. 일상의 필수품이었던 마스크가 가구로 변모한 모습은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폐마스크를 활용한 김하늘 작가의 업사이클링 벤치.

환경과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건축 방식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도 있다. 크레딧 팹브로스제작소 삶것의 작품 ‘원심림’으로, 원시림과 원심력을 합친 단어다. 이 작품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지붕 모양의 건축물로 만들어졌다. 바람 세기에 따라 버섯모양부터 접은 우산 모양까지 시시각각 변한다. 관람객들은 이곳 원심목을 둘러싼 벤치에 앉아 바람과 그늘 사이 쉼을 얻는다.

아시아문화광장 한켠에는 폐목재들로 이뤄진 인공나무 한그루가 자리잡고 있다. 설치 미술가 한석현은 광주에서 수집한 폐목재들을 활용해 그것들의 본래 모습인 나무로 되돌려놓는 ‘다시, 나무’를 선보이고 잇다. 사람들의 기억과 과거 시간이 묻어있는 동시에 현재 그리고 미래의 변화하는 자연 모두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목재 사이사이에는 실제 식물들이 식재돼 있어 새로운 생명을 품은 둥지와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폐목재로 만든 한석현 작가의 ‘다시, 나무’

전시를 기획한 나은 학예연구사는 “우주에서 멀리 내려다봤을 때 지구의 아름다움인 원경, 인간이 지구에 개입했을 때 나타나는 풍경인 중경,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원경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전시에 세부적인 의미를 부여했다”며 “기후위기 시대 다층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를 통해 환경문제를 성찰하고 미학적 실천을 모색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