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인간’으로 가는 길이 어려운가 / 탁인석 |
| 2023년 10월 10일(화)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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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한류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가장 한국적이며, 가장 세계적인 것인 문화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제국의 꿈이 바야흐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우리는 괄목상대하다. 지구상 곳곳의 한류 팬들은 한국역사에 대해서도 크나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역사에 맨 처음을 장식하는 나라는 고조선이고, 통치자는 단군왕검이다. 단군을 신화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그 속에는 엄연한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일본의 관변학자들이 나름의 주장을 내세워 단군을 내리깔았다. 한국 역사는 2천년 정도이고, 일본은 신무천왕이라는 초대 일본왕부터 2천600년 전이라고 주장한 것이 그 근거이다. “조선은 역사가 짧다”라고 억지이론을 만들어야 그들이 우월하다고 여긴 것이다. 그후 이 일을 일부 종교 세력과 강단사학이 가세해 단군을 신화로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단군사는 고려 말 대몽항쟁기 등 백성들의 단합이 필요할 때 특히 주목됐다. 최고의 성군이자 지혜의 아이콘 세종대왕은 평양에 단군과 동맹왕을 모신 사당을 지어 국조(國祖)로 추앙했었다. 고종황제 때는 단군을 교조로 하는 ‘대종교’까지 출현하고, 일제강점기에는 단군은 민족의 구심점이고 독립운동의 정신적 토대가 됐다. 어쨌든 단군은 우리민족이 수난을 당하고 위기에 처할 때는 민족단합의 구심점이었던 것이다.
단군의식이 있었기에 근세에 동학이 자연발생적으로 태동했었고, 우리 주체를 자각하고 외세에 맞서 근성 있는 저항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다 여·야가 극한대립하고, 노인세대와 MZ세대가, 빈과 부가 대립한 상태다. 여기에다 저출산으로 국가소멸마저 걱정하는 형국이다. 이런 걸 ‘집단극화’ 사회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런 위기 앞에 우리의 가슴속에 저마다 단군을 품으면 한 뿌리에 대한 민족의식으로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해결 못할 일이 있을까 싶다.
미국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다인종, 다문화, 다언어가 혼재돼 문제성이 큰 국가였다. 그런데도 지금은 지구상의 1등 국가이고 경제, 문화, 군사가 가장 앞선 나라로 우뚝하다. 그 답은 단일화 성공이다.
필자가 최근 알게 된 일인데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고 사생결단의 노력을 할 때 독립을 주도했던 프랭클린, 애덤스, 셔먼, 리빙스던, 제퍼슨 등은 1776년 미국독립선언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생명과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담아낸 것도 대단히 가치 있지만 그때 만들어낸 문장(紋章)에는 13개의 주를 상징하는 여러 그림속에 독수리가 물고 있는 리본에는 ‘E pluribus unum’ 이라는 라틴어 13개 글자를 맞추고 있다. 그 뜻은 ‘여러 주가 통합해 형성된 한 나라’라는 의미인데 미국은 시작부터, ‘다수를 하나로 뭉치자’는 건국이념을 굳건히 지향했던 것이다.
아! 우리의 개천절 행사가 너무너무 초라해 마음 아프다. 아파트에서 태극기를 내걸면서 밖을 보니 태극기를 다는 집이 전무했이다. 개천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쉬기만 하면 되는 날인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크고 성스러운 개천절에 중앙이나 지방이나 모두가 손 놓고 있다. 광주 무각사 산책길에 모셔진 단군성전에 몇 사람이나 다녀갔을까.
필자는 화순 압촌마을 국조전을 찾았다. 다행히 화순군의 지원이 있었는지 꽤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한 개천행사는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까지 흩뿌려서 쓸쓸한 마음만 더 커지고 말았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환웅배달의 건국이념인 ‘홍익’을 생각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자꾸 어둡게 다가왔다. 하늘의 자손이 하늘을 잊고 살아서야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