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중교통·공공기관 임산부 배려 ‘부족’ 10일 임산부의 날…출근시간대 지하철 ‘배려석’ 만석 음성안내시스템 의견 ‘분분’…수유실 접근성 개선 시급 안태호 기자

2023년 10월 10일(화) 21:01

“임산부 관련 정책들은 잘 시행되는 것 같은데,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제18회 임산부의 날인 10일 오전 7시30분께 광주 지하철 1호선 1010번(평동행)은 출근 시간대인 만큼 앉을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였다.

‘임산부 배려석’도 만석이었다. 노약자석을 젊은 사람들에게 뺏긴(?) 어르신들이 주로 앉아 있어 임산부 배려석이란 이름이 무색했다.

오전 8시께부터 승객이 빠져나가자 임산부 배려석도 자연스레 비워졌다. 빈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면 바로 위 스피커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 임산부가 승차하면 자리를 양보해주세요”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 시스템은 광주교통공사 차량팀 직원들이 동아리 활동에서 교통약자들에 대한 배려 문화 확산을 위해 만든 음성안내시스템으로 이날 기준 광주 지하철 내 부착된 임산부 배려 센서는 46개다.

시스템에 대해서는 ‘배려를 강요받는 것 같다’고 반기지 않는 사람들과 ‘임산부를 위한 좋은 정책’이라는 의견으로 갈렸다.

그러나 이날 1010번의 경우 설치된 스피커 한 개가 작동을 하지 않은 채로 방치돼 있었고, 또 다른 스피커도 센서 바로 앞 사람을 제외하곤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소리가 작아 실효성에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임산부 김혜민(33)씨는 “센서가 큰 효과가 있는 지 모르겠다”며 “임신 초기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에 다녔는데 귀가 시간이 퇴근길과 겹치면 임산부 배려석은 ‘그림의 떡’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배가 표나게 나오지 않아 비켜 달라고 하기도 눈치가 보인다”며 “임산부 배려석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안내 방송을 듣고도 꿈쩍 않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와 함께 수유부를 비롯한 산모와 아기를 위한 수유실도 접근성 개선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남구청 수유실은 1층 종합민원실 옆 북카페 내 작은 방 한 켠에 있었지만, 별도의 안내 표지판이 없어 이를 찾기 위해선 안내 데스크에 물어봐야 했고 서구청과 북구청 1층에도 수유실이 마련돼 있었으나 남구청과 같이 안내 표시가 없어 직원에게 문의해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구청의 경우 구청 안내 표지판에 수유실이 표기돼 있었지만, 청사 6층에 있어 주로 1층 민원실에서 업무를 보는 민원인들이 사용하기에 용이하지 않았다.

여기에 수유실 문은 도어락으로 잠겨있어 문 앞에 붙여진 번호로 전화를 한 뒤 이용이 가능했다.

임산부 박모(34)씨는 “저출산 시대에 임신과 출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만큼 대중교통이나 공공기관 등의 영역에서 ‘배려’도 강화, 확산돼야 하지 않겠냐”고 아쉬움을 담아 말했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