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자 개인전, 16일부터 내달 3일까지 자미갤러리 일렁이는 생명력 형상화, 해바라기 그림 26점 선봬 ‘춤추는 해바라기’, 천 개의 희망 씨앗을 품다 최명진 기자

2023년 10월 12일(목) 19:45

해바라기가 춤을 춘다. 해를 향해 빳빳이 고개를 들었다가 가을이 오면 천 개가 넘는 씨앗을 품은 채 고개를 숙이는 해바라기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지난 13년간 줄곧 해바라기를 그려온 박유자(사진) 작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21번째 개인전을 열고 새로운 느낌의 해바라기를 선보인다.

해마다 다른 컨셉의 해바라기를 그려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춤추는 해바라기를 준비했다.

해바라기가 춤을 추게 된 것은 작가 자신이 자유를 얻고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어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붓이 가는대로, 손이 가는대로 휘둘러댄 까닭이다.

그의 그림은 캔버스에 뿌리를 두되 그 표현은 이미 캔버스를 벗어나 있다. 2차원 평면을 뚫고 나와 공간으로 뻗어 나온다.

작가가 해바라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9년이다. 이후 해마다 버전을 달리하며 해바라기를 그려왔다. 초기의 해바라기는 일그러지다 못해 괴기스러웠다. 그렇기에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른 작가들이 그린 해바라기 그림은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예쁘게만 표현됐다. 이러한 해바라기가 작가에게로 오더니 어둡고 무서운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박유자표’ 해바라기를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특정 형태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했다.

지난해 해바라기는 단색화였다. 해바라기 너머로 산수배경이 깔려 있고 그 아래로 길이 나있다. 단색화는 코로나가 터지고 모두가 움츠려있던 2020년 처음 시도됐다. 회색 바탕에 노랑으로 처리된 태양과 해바라기는 강렬한 희망을 표현해냈다. 2021년에는 산수를 배경으로 하다가 2022년 그림에는 산수, 길, 그리고 단색화가 모두 담겼다.

‘사랑합니다-Autumn’

‘사랑합니다-Winter’

‘사랑합니다-희망’

올해 해바라기 그림은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것을 싹둑 잘라 단순화하고 춤추는 형상의 해바라기로 간추려냈다. 생의 의지가 기쁨으로 드러난 것이다. 전시작은 모두 26점이다.

그림이 단순해지고 담백해진 것에 대해 작가는 “마음을 내려놓아서 그런 거 같다. 아마 복잡했던 청춘의 복닥거림을 마음의 체로 걸러내 차분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며 “살다보니 남의 탓이 덜해지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숙함이 생긴 것이 그림에 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 안에 가득 일렁이는 생명력이 붓 끝에서 캔버스로 전해져 형태를 찾아간다”며 “해바라기 그림은 사람들의 인생살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16일부터 11월3일까지 북구 자미갤러리에서 열린다.

/최명진 기자